‘폭탄 협박’ 2년 넘게 속수무책… 日 공조 수사서 해결책 찾을까
최근 1년 관련 신고만 51건 접수
경찰 현재까지 용의자 특정 못해
일본 극우집단 세력 배후 가능성
10일 수사공조단 파견 성과 기대
모방범죄 대응·처벌 필요성 제기
202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일본 변호사 사칭 폭탄테러 협박 사건’(이하 폭탄 테러 협박 사건)이 전국으로 확산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지만 경찰은 2년이 넘도록 단 한 명의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뒤늦게 일본에 수사공조단을 파견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과 함께 수사 성과 없는 ‘빈손 공조’로 그치면 안 된다는 지적이 거세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까지 폭탄 테러 협박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경찰은 일본 수사 당국에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경무관)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꾸려진 전담 출장단을 파견했다. 사건이 올해 들어 전국 단위로 눈에 띄게 확산하자 경찰 지휘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본 경찰에 정식으로 공조를 요청한 것이다. 출장단은 이날부터 사흘간 일본 경찰청과 협조해 이번 협박 사건의 성격과 국제적 확산 가능성 정보를 공유하는 등 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폭탄 테러 협박 사건은 2023년 8월부터 이달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서울시청 등 주요 시설물에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 명의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메일·팩스가 잇따라 접수된 사건이다. 실제 폭발물이 발견된 사례는 없지만, 매번 대규모 경찰력이 긴급 출동하고 학생과 시민 수천 명이 대피하는 등 사회적 혼란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에만 51건의 관련 신고가 있었다. 지난 8일에는 부산에서만 8개 중학교에서 잇따라 폭발물 테러 협박 신고가 접수돼 시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경찰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 내 주요 시설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협박을 벌여온 인터넷 극우집단 ‘항심교도’ 세력이 이번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일당 2명이 검거되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수사는 난항이다. 허위 테러 예고자는 주로 해외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실제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감추고 해외 서버로 우회한다. 이 때문에 발신지를 역추적해도 용의자 위치와 신원 파악이 쉽지 않다. 팩스 역시 해외 기반 인터넷 팩스 서비스나 중계 서버를 경유해 송신기록을 단절시키는 경우가 많아 추적을 더욱 어렵게 한다.
경찰은 국제 공조 수사를 시작한 만큼 테러 협박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수사 전망은 불투명하다. 형사사법과 치안 정책을 연구해온 한 교수는 “일본에서 유사 사건으로 검거 전례가 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양국 간 입장과 이해관계, 외교적 변수까지 얽혀 있어 국제 공조가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사력을 집중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백 명의 경찰력이 허위 협박에 동원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동국대 경찰학과 이윤호 명예교수는 “전국적인 불안이 지속되는데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진다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모방범죄까지 잇따르는 만큼 범죄의 경중에 맞는 책임 있는 대응과 처벌 역시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