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출 막는 방패 ‘대도시 인프라’ ‘R&D 역량’ [부산 상용근로자 100만 시대]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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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좋은 일자리에 좋은 인재

교육·문화·의료 인프라 풍부해
3년여간 22개 기업 R&D 투자
매년 1000개가량 일자리 생겨
조선 3사·해외 바이오도 부산행
지역 인재 고용 늘며 유출 막아

2023년 12월 부산 남구에 문을 연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2023년 12월 부산 남구에 문을 연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부산의 제조업은 장기간 토지 비용 상승 등에 따라 경남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일자리가 사라지자 지역 청년들을 비롯한 인력들도 따라 부산을 떠났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조선업체와 IT 기업 등을 중심으로 R&D, 설계 등을 비롯한 연구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면서 수도권 못지 않은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는 부산에 정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기업이 만든 일자리는 질적으로도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R&D 일자리 연간 1000개씩 생겨

8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5월까지 부산에 투자를 한 89개 기업 중 R&D 관련 투자를 한 곳은 대기업 조선 3사를 포함해 IT기업인 더존비즈온, 심플플래닛 등 22곳이나 된다.

제조업 분야 R&D는 개발할 토지가 많지 않지만 대학은 많은 부산에 딱 맞는 부문이다. 석박사급 인력을 소화할 일자리로 R&D센터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석박사 인력 수급이 필요하고 그들이 머물고 싶어하는 대도시 인프라가 필요한 기업 니즈에도 맞아떨어진다.

R&D센터 유치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2022년 1632명, 2023년 757명, 2024년 1169명, 2025년 5월까지 770명 등 총 4328명으로 예상된다. 연간 1000개 안팎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셈이다. 이른바 ‘R&D 일자리’는 유치가 늘수록 집적 효과가 생겨 더 많은 일자리를 낳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K조선업 ‘부산행’ 이유

국내 K조선을 이끄는 대형 조선 3사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경남 거제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최근 이들의 부산행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 특성상 생산시설을 옮길 수는 없지만 R&D와 설계 등의 기능을 부산에서 처리하는 일이 늘었다. 시작은 삼성중공업이었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12월 부산 남구에 R&D 센터를 설립했다. 48억 원을 투자한 삼성중공업은 현재 120여 명이 근무 중이다. 120여 명 중 거제에서 넘어온 인력은 30% 정도다. 나머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올해 말까지 200여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한화오션은 부산 중구지식산업센터에 100억 원을 투자해 R&D센터를 설립, 운영에 들어갔다. 2027년까지 특수선·해양 분야 등 설계 인력 500여 명을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도 부산에 설계 관련 부서 일부를 이전했다. 설계 부서는 조선사 핵심 부서인데 국내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부산에 둥지를 튼 것이다. 기존에 설계 부서는 울산에만 있었는데 부산이 인재 유치가 원활하다는 점에 부산에도 부서를 확대한 것이다. 지난 7일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사업부 설계 관련 부서 40여 명이 해운대로 첫 출근을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관련 종사자들이 부산에 많이 거주하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고급 인재들은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도시에 거주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산은 매력적인 도시”라고 평가했다.

■R&D 유치되면 대학도 산다

부산 R&D 여건은 해외 기업 유치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해 11월 2110억 원을 들여 부산 강서구에 R&D 센터를 만들었다. 현재 R&D 관련 인력은 90명 수준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대학들을 보고 부산에 R&D 센터를 열었다. 부산에는 11개 대학 34개 학과에서 바이오 관련 인력이 양산되지만 일자리 부족으로 석박사급 인원들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으로 유출돼 왔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인력을 쉽게 수급할 수 있는 장소가 부산이었고 부산시 입장에서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지역 인력 유출을 막는 ‘좋은 방패’가 됐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5년간 R&D 전담 인력을 110명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중 50% 이상을 지역 인재로 채용한다. 부산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최근 라이즈 사업 등의 영향으로 대학과 기업의 연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대도시 선호 현상과 대학, 고급 인력은 부산이 R&D센터를 유치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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