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벼랑 끝 대형선망… 부산 최대 조합 엔진 꺼질 판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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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선단 해수부 감척 대상 확정
사고 배 정리 땐 14명으로 줄어
조만간 조합 해산 위기 내몰려
어획량 급감에 선박 규제 겹쳐
이대로 가면 부산 수산업 고사
불합리한 규제 개선 서둘러야

대형선망조합 소속 한 선사의 선단 감척이 확정되면서 전국으로 유통되는 고등어 대부분을 잡는 대형선망조합이 해산 위기에 처했다. 17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물양장 앞에 대형선망 선박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대형선망조합 소속 한 선사의 선단 감척이 확정되면서 전국으로 유통되는 고등어 대부분을 잡는 대형선망조합이 해산 위기에 처했다. 17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물양장 앞에 대형선망 선박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전국으로 유통되는 고등어 90% 이상을 잡는 대형선망수협(이하 대형선망)이 해산 위기에 내몰렸다. 대형선망은 조합원인 A선사 보유 1개 선단이 최근 해양수산부 감척 대상으로 확정되면서 전체 조합원 수가 15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어선 침몰 사고로 또 다른 선사(조합원) 1곳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 수협은 조합원 수가 ‘15명 미만’으로 떨어지면 강제 해산 사유가 된다.

부산 최대 수협 조합인 대형선망 현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수산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획량 감소와 현실에 맞지 않는 배 규제 탓에 업계가 파산 직전에 몰렸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17일 부산시와 대형선망에 따르면 대형선망의 한 선단이 해양수산부 자율감척사업에 지난 13일 선정됐다. 해수부는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말까지 감척 사업을 완료한다. 이번 선정으로 수산업계 맏형 격인 대형선망 조합원 수는 15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문제는 수협법에 따르면 대형선망 조합원이 한 명만 더 줄어들면 조합이 해산된다는 점이다. 수협법에 따르면 대형선망과 같은 업종별 수협은 조합원 수가 15인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강제 해산 사유가 된다. 이번 감척으로 인해 대형선망의 조합원 수는 15명이 됐는데, 지난해 말 발생한 대형선망어선 사고로 조합원 1명이 추가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 전체 조합원 수가 14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11월 사고로 본선 1척을 잃은 한 선단은 현재 어업허가 유예 상태다. 올해 11월 8일까지 본선을 구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어업허가가 취소되고 조합원 자격도 잃는다. 대형선망의 한 선단은 고기를 직접 잡는 본선, 불을 밝혀 고기를 모으는 등선 2척, 잡은 고기를 위판장까지 옮기는 운반선 3척 등 6척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본선을 1년 만에 구하기는 어렵다. 관련 법 강화로 수입 디젤 선박의 배출 규제가 더 엄격해지고, 이를 충족할 중고선을 더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고선은 15억~20억 원이고 신조 비용은 약 15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새 배를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달 기준 대형선망 어선 101척의 평균 선령은 약 34년에 달한다.

대형선망은 조합 해산이 결정되면 ‘협회’ 정도로 규모가 줄어든다. 부산을 거점으로 한 대형선망 업계가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전남 장흥군 등지에서 고등어 선단을 유치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향후 대형선망 소속 선사들의 타 지역 이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후 인력인 중도매인, 항운노조 조합원 유출도 우려된다.

대형선망 한 선단이 한 해 평균 잡아올리는 생선은 15만~20만t가량이며 금액은 평균 150억~200억 원에 달한다. 한 선단 승선 인원은 평균 70여 명에 달하고, 사무직 직원까지 합하면 100명이 넘는다. 중도매인, 항운노조원을 포함하면 1개 선단이 감척하면 수백 명 일자리가 사라진다.

업계 요청으로 업종별 수협 해산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협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소관 상임위 상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불합리한 선박 규제 등을 점검하고 적정 수준으로 어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업계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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