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작성 단계" "내부 이견" 역대 최장 숙의에 추측 분분
만장일치 파면·5 대 3 기각…
선고 임박 미확인 정보 난무
법조계에선 21일 선고 예상
선고 지연에 여야 반응 상반
국힘 자신감 vs 민주 불안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두고 역대 최장 기간 숙의를 이어가면서 이번 주 내에 선고일이 지정될지 주목된다. 헌재의 논의 과정이 일체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선고일이 이례적으로 늦어지면서 당초 ‘인용’이 우세해 보였던 결과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오는 21일께에는 선고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8인의 헌법재판관은 지난 주말엔 평의 없이 각자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큰 결론은 모아졌고 결정문을 다듬는 과정”이라는 의견과 “재판관들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선고가 지연되는 상황”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도 이번 주 들어 ‘8대 0 만장일치 인용’, ‘5대 3 기각’, ‘각하’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지라시’가 여러 버전으로 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의 표정은 다소 상반된다. 윤 대통령의 ‘석방’이라는 예상 밖 변수에 헌재 선고일마저 늦어지는 ‘이상 기류’가 형성되면서 야당보다는 여당의 표정이 한층 밝아진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승복’을 천명한 데 대해 “헌재 결정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며 “기각이나 각하 둘 중 하나 아니겠나”고 말했다. 그는 “우리 희망 사항”이라고 부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헌재 내부 기류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발언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재판관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자신하면서도 헌재의 선고 지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적, 경제적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헌재가 제 역할을 제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헌법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오늘 중 선고기일을 지정할 것을 (헌재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헌재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 대해 국회와 윤 대통령 양쪽이 제기한 쟁점이 워낙 많기 때문에 검토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일 뿐, 결론과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당시 여권 핵심부는 선고 직전까지 ‘기각’을 예상하고 복귀 이후 행보를 논의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헌재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대통령 탄핵처럼 중대한 사건의 경우, 선고일까지 평결하지 않고 평의를 이어가는 형식을 취한다”면서 “선고 당일 아침에 결정문 원본을 출력해서 재판관들의 서명 날인을 받는다”고 전했다. 선고 당일까지 결론을 확언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히 사건의 결론을 낸다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늦어도 18일 중 선고일을 발표하고, 이번 주 후반에는 사건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헌재 심리에 영향을 끼칠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결론 도출과 관련해 심리가 늦어지면 이번 주에도 선고가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긴 하다.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도 동시에 심리 중이다. 재판관들이 한 총리 사건을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하거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가 중도에 합류할 경우, ‘전원 일치’ 결론을 고수해 조율에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상황이 생긴다면 그만큼 선고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의 결론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야는 이날에도 ‘승복’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자신의 폭주는 돌아보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하라며 국회를 선동하고 헌재를 압박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여당을 향해 “본심이 다른 곳에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공식 입장이라며 승복이라는 말을 내뱉고 있으니 국민 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헌재 판단 승복을 운운하기 전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불러,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나서라”고 반박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