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할 말' 하는 이 대통령…연일 뼈 있는 작심 발언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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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구 투자한다면 금융위기 직면"
"외국군 없이 자주국방 불가, 굴종적 사고"
이 대통령, 연일 미국 향한 메시지 발신
'실용외교' 기반 국익 확보 차원 목소리
한미 후속 관세 협상서 방어책 마련 분석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탑승한 공군 1호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탑승한 공군 1호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간 후속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 속,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연일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실용외교와 국익 확보를 전면에 내세운 이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겨냥해 뼈 있는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 ‘혈맹’을 강조함과 동시에 협상 내용의 걸림돌, 타당성, 자주국방 필요성 등을 언급한 것은 미국의 압박에 따른 전략적 맞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2일(한국 시간)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미 투자 요구에 대한 불합리성을 짚었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의 요구 방식대로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에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는 대목에서다.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원화를 맡긴 뒤, 미국에서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빌려오는 일종의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한국이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이같은 방안 없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투자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현재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다.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 정부의 통화스와프 개설 요구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문서로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한국 상황은 다르다고도 언급했다. 일본의 외화 보유액은 한국의 두 배 이상이고, 미일 간 통화스와프도 체결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다르다”며 “일본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을 보유 중이고 미국과 통화스와프도 체결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제안을 미국 측이 하루빨리 수용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혈맹’을 언급하며 한미 간 조속한 협상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혈맹 관계인 두 나라 사이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며 “이 불안정한 상황은 가능한 한 조속히 끝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혈맹으로 얽힌 한국과 미국 양국 관계가 무역 협상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미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해 벌인 이민 단속과 관련해서도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이어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우에 한국민들이 분노했고, 대미 투자에 대해 기업들이 우려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SNS에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며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내세운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다시는 침략받지 않는 나라, 의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요한 건 이런 군사력, 국방력, 국력을 가지고도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 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라고 적었다.

미국이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통한 자주 국방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굴종적 사고’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미국의 안보 분야 압박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도적인 메시지로 해석됐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 “한미 간 의견 차이는 없다”면서 미국은 안보 문제와 무역 협상을 분리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냈다. 이 대통령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서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핵무기 제거 대신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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