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퇴 원칙적 공감"→"오독"…대통령실 논란 자초
추미애,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공개 요구에
강유정 대변인 "원칙적 공감" 이후 논란 커지자
"오독, 오보" 입장 선회…"구체적 입장 없다"
대통령실이 여당의 사법부 압박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였다가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구체적인 입장은 없다”고 의견을 철회한 것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15일 추 위원장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한 질문에 “아직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입장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추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검찰 독재 시대에는 침묵하다가 가장 민주적인 정권 아래에서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느냐”며 “사법 독립을 위해서 (조 대법원장)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신뢰 잃은 조 대법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대통령실이 집권여당의 사법부 압박에 힘을 싣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열고 직전 발언을 철회했다. 강 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에 대통령실이 공감한다는 것은 ‘오독이고 오보’라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구체적 의견은 아직 없다는 게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은 오독이고 오보”라며 “발언의 앞뒤 맥락을 배제하고 한 부분만 떼어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선 브리핑의 속기록을 보더라도 제 답변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구체적 입장은 없다’는 것이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고, ‘원칙적 공감’이라고 얘기한 것은 선출 권력의 의사를 임명 권력이 돌이켜보자는 취지의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전국 법원에선 당혹감이 흐르는 모습이다.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노골적으로 침해한다는 비판도 고조된다. 부산에서 일하는 한 판사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를 넘어 대법원장 거취까지 언급한 상황이라 법원 내부에서도 상황을 더욱 엄중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사법부가 3부 중 하나인데 사법개혁에 사법부 의견이 너무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크다”고 토로했다.
입법부 압박에 행정부가 사실상 공감 의사를 밝혀도 사법부 수장이 스스로 사퇴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관과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선례를 사법부 스스로 만들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