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다 했더니… 지방은행의 ‘유동성 확보’ 고육지책
예금 금리 1~9위 지방은행 상품
인터넷·저축은행과 경쟁 불가피
‘불장’ 증시 자금 유출 압박 겹쳐
고금리 전략 결국엔 ‘독’ 될 수도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의 추격에 더해 증시로 돈이 옮겨가는 ‘머니 무브’까지 겹치자, 지방은행들이 유동성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지방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끌어올리는 고금리 수신 전략으로 고객 이탈 차단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의 전체 예금 상품 중 12개월 만기 예금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3.21%의 전북은행의 ‘JB 다이렉트예금통장(만기일시지급식)’이었다. 기본금리 상위 10개는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2.90%)을 제외하고 모두 지방은행 상품이었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는 BNK경남은행의 ‘The든든예금(시즌2)’이었다. 이 상품 금리가 3.3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9위까지는 모두 지방은행 상품이었다. 12개월 만기 기준 주요 시중은행 예금 최고금리가 2%대 후반에 머무는 반면, 지방은행 상품은 3% 초중반으로 차별화됐다.
적금 상품도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았다. 전북은행 ‘JB 다이렉트적금(정액적립식)’의 기본금리는 3.50%, 최고금리는 3.60%였다. 최고금리 기준으로는 경남은행의 ‘오면우대! 하면우대! 정기적금’이 가장 높은 7.0%나 됐다. 상위 1~6위가 모두 지방은행 상품이었다.
인터넷은행까지 범위를 넓히면, 인터넷은행 중 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으로 기본금리와 최고금리가 모두 3.20%였다. 이보다 더 높은 예금 금리를 내건 지방은행의 예금 상품은 4개나 됐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끌어올린 배경에는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의 거센 추격이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과 모바일 사용 편의성 등을 무기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높은 금리를 내걸고 지방은행의 수신 역량을 맹추격 중인 저축은행과의 경쟁도 부담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7일 기준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각각 3.24%와 3.29%였으며, 최고 3% 중후반 상품이 다수였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규제 완화 기조까지 겹치며 지방은행 입지는 더 위축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통해 저축은행의 금융 공급 대상을 서민, 중소기업에서 중견 기업까지 확대하고 지역 경제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도록 예대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관련 규정 개정 이후 하반기 시행 예정이다.
무엇보다 코스피 7000시대를 맞으며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머니 무브’ 역시 지방은행의 유동성 확보에 악재다. 대기 자금의 대푯값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후 지난 4일 124조 8405억 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적인 원인도 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회사채 발행이나 외화 조달, 기관성 자금 확보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적인 데다, 브랜드 경쟁력과 고객 기반에서도 열위에 있다.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이를 대체할 수단이 많지 않아 유동성 관리 부담도 크다. 결국 예적금 금리를 높여서라도 고객 자금을 붙잡아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고금리 수신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금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출 금리를 함께 올리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금리 혜택을 좇는 자금은 특판 종료나 금리 하락 시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는 점도 구조적 리스크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과도 경쟁해야 하는 데다가 증시로 자금 유출 압박까지 겹치며 지방은행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높여서라도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