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 황금어장에 또…축구장 9500개 규모 해상풍력 추가 추진에 어민들 발끈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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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동발전 발전사업 허가 신청
욕지도 남서측 해역 60.06㎢ 면적
8MW급 풍력발전기 50기 밑그림

욕지도 프로젝트 중에 최대 규모
어민들 “더는 안된다” 반발 고조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2024년 8월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2024년 8월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경남 남해안 최대 황금어장으로 손꼽히는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최근 어민단체와 민간사업자 간 상생협약이 체결되면서 거셌던 반대 여론도 다소 누그러드는 듯했지만, 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가 슬그머니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고조되고 있다. 강경파를 중심으로 투쟁 전선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극한 갈등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주)은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경남 통영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대상지는 욕지도 남서측 해상, 계획 면적은 60.06㎢다.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축구장 9500개, 서울 여의도(4.5㎢)의 13배에 달하는 크기다. 남동발전은 이곳에 8MW급 고정식 풍력발전기 50기를 세우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설비용량 400MW로 연간 87만 9504MW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추정 사업비는 2조 7600억 원, 2030년 12월 착공해 2033년 12월 준공한 뒤 2052년까지 20년간 운영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한국남동발전이 발전사업 신청한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 계획도. 시설용량 400MW, 계획 면적 60.06㎢로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 중 가장 크다. 독자 제공 한국남동발전이 발전사업 신청한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 계획도. 시설용량 400MW, 계획 면적 60.06㎢로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 중 가장 크다. 독자 제공

하지만 최근에야 이를 알게 된 어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동발전을 제외하고도 당장 욕지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3건이다. 2019년 뷔나에너지(현 미조풍력(주))가 욕지도 서쪽 8km 해상(구돌서 일원)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31.98㎢에 14~17MW급 풍력발전기 27개를 세운다. 2021년 6월엔 현대건설(주)이 동쪽 해상(좌사리도 일원) 40.9㎢에 8MW급 발전기 24기를 꽂겠다며 허가를 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부산 중견기업인 아이에스동서(주)가 서쪽과 서남쪽 21.93㎢를 대상으로 5.5~14MW급 발전기 34기 허가를 받아냈다. 면적과 용량 모두 남동발전이 가장 크다.

해상풍력은 수심 20~50m에 평균 풍속이 초속 6m를 넘어야 사업성이 확보된다. 욕지도 주변은 동·서·남해안을 통틀어 이를 충족하는 몇 안 되는 최적지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일대가 경남 어선업계 최대 조업지라는 점이다. 욕지도 해역은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으로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이다. 이 때문에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인근 해역 대부분이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는 경남 통영시 욕지도 주변 조업 현황. 부산일보db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는 경남 통영시 욕지도 주변 조업 현황. 부산일보db

이런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발전기 설치·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전자파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가뜩이나 비좁은 조업 구역 역시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해상풍력 사업자는 단지 건설과 가동 기간 내내 대상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데, 안전을 핑계로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 반경 500m까지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난 어민들은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궐기대회와 해상시위로 맞섰다. 예상보다 강한 저항에 대다수 프로젝트는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 기조와 어수선한 정치 상황 탓에 어민들 요구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일부 어민단체가 타협에 나섰다. 2024년 4월 ‘남해군해상풍력발전대책위원회’가 처음 미조풍력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지난달 통영대책위도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전환점을 맞는 듯했다.

한국남동발전이 2021년 통영 욕지도 인근 해역에 설치했던 풍황계측기. 부산일보DB 한국남동발전이 2021년 통영 욕지도 인근 해역에 설치했던 풍황계측기. 부산일보DB

그런데 남동발전이 뒤늦게 가세하면서 다시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어민단체 관계자는 “(상생)협약 체결한다고 할 때 걱정했던 게 이거다. 자칫 난개발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짚었다. 실제 남동발전은 2021년부터 욕지도 인근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해 2023년 사업성 검토까지 마쳤지만, 어민들 눈치에 최근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이 관계자는 “반대 여론이 주춤한 지금이 기회다 싶어 달려드는 것 아니겠나. 남동발전까지 허가되면 욕지도 동·서·남해안이 해상풍력으로 뒤덮여 어장이 사라지게 된다”면서 “이미 허가된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신규는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지금이라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조만간 대책위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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