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부담 늘고 5부제 참여 저조, 석유 최고가격제 딜레마
유가 급등 초기 넘어 장기전 태세 전환
예산 부담·시장 충격 최소화 연착륙해야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고유가 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늘부터 ‘고유가 지원금’ 지급이 시작된다. 치솟는 기름값에 서민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공공기관 2부제, 공영주차장 5부제도 전쟁이 초래한 불안정성 확대에 맞서 일상을 유지하려는 비상 처방이었다. 유가 변동성을 흡수하는 보조금 정책은 가격 안정의 효과가 있지만, 장기화하면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인상된 국제 유가를 체감하지 못한 채 세금 투입으로 낮아진 기름값에 익숙해지면 2·5부제와 같은 수요 억제책도 효과를 잃고 재정 부담만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된다. 반면 최고가격제가 갑자기 중단되면 충격파도 적지 않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 시장 충격파를 최소화할 출구 전략이 시급하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차량 부제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다.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차량 운행을 줄이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중 공영주차장 5부제는 실효성 논란이 크다. 부산의 440곳 공영주차장 중 102곳만 실제 적용 중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구·군 단위 시행률은 13%에 그쳤다.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 사실상 자율 참여에 그치고 있다. 그사이 유가 보조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유사 공급 단계에서의 가격 차액을 L당 100∼200원으로만 잡아도 정부는 월 5000억 원에서 1조 원대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위기의식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유가 급등 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임시 시행돼야 할 정책 수단이다. 이 제도는 정유사 출고 가격의 상한을 2주 단위로 갱신해 국제 유가 변동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안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인하 수단을 지속하는 것은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뿐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보전금 제도가 종료되어 인상분 차액이 한꺼번에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 경제를 마비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유 가격 억제분이 휘발유보다 훨씬 커서 화물차, 항만물류, 건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부산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연착륙을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가 불안정의 장기화에 대비한 로드맵이다. 석유 가격상한제 연장이 능사가 아니며, 갑자기 가격 억제 수단을 풀어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도 선택지일 수 없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취약 계층과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류세 조정과 선택적 보조금, 에너지 취약 부문 지원이 대안일 수 있다. 동시에 대중교통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같은 구조적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휘발유 사용과 세금 부담을 동시에 줄이는 ‘일시적 무상 대중교통’ 제안까지 나와 있다. 유가 급등 초기 대응 체제를 지나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