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장기화시 올해 성장률도 흔들…2.0% 전망 수정 불가피
한국경제 2.0% 성장 전망 잇따랐는데
“교역축소·유가급등시 내수회복 힘들듯
중동사태 격화 정도에 따라 조정될 것”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 컨테이너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 세계 교역 축소로 이어지고, 유가 급등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모든 기업들의 생산비를 올려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시킨다면 올해 내수 회복 기대도 약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8일 중동발 하방 압력이 커지면 올해 성장률 2.0% 전망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2.0%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반도체 수출이 좋고 내수가 점차 회복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돌발적으로 발생한 중동 사태가 성장 전망에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중동발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기업들도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운송 지연과 운임 상승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만약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으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8%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올해 전망을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2달러로 두고 짰다.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3월 첫째 주 평균가격이 배럴당 86.1달러로 1주일 전보다 15.6달러 급등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2.0% 성장률을 제시했는데 중동 사태 격화 정도에 따라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세계 주요국이 전쟁 대응을 위해 추경 편성 등 확장재정 정책을 펼칠 수 있어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변수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는 올해 들어서도 정부는 수출금액과 물량 모두 큰 폭 증가하고 있으며 반도체 업황도 양호해 증가 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 발생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이 상승하는 걸 미뤄볼 때 투자자들은 AI 데이터센터가 계속 건설되고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은 전력 소비가 큰 산업인 만큼 에너지 가격 급등이 부담 요인이다.
양 교수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전력이 많이 필요한 데 석유와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