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분만 달려볼까’ 신발 끈을 묶게 하는 따뜻한 러닝 응원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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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러너다>. 에디터 제공 <당신도 러너다>. 에디터 제공

지난해부터 러닝(달리기)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산 온천천만 나가봐도 삼삼오오 모여 달리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러닝 열기에 힘입어 마라톤 대회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해외 마라톤에 참가하며 여행을 즐기는 ‘런트립(Run-trip)’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러너들이 국내외 대회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간된 ‘당신도 러너다’는 얼핏 보면 러닝 열풍에 올라탄 책처럼 보일 수 있다. 올바른 자세나 기록 단축 요령 같은 ‘뻔한 기술서’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면 예상과는 다르다. 이 책은 ‘어떻게 더 잘 달릴 것인가’보다 ‘우리는 왜 달리는가’에 집중한다. 기록과 경쟁을 넘어 러닝의 의미를 묻는, 일종의 ‘러닝 철학서’에 가깝다.

매달 800km를 달린다는 러너임바(유문진) 작가는 러닝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거친 숨소리만이 가득한 고요 속에서 스스로와 마주하는 경험. 그는 이를 ‘고요한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걷거나 뛰면서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러닝을 단순한 운동이 아닌 정신적 수양의 과정으로 풀어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서 이 책은 러닝에 관심은 있지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이들에게 특히 권할 만하다. 작가는 거창한 목표 대신 가벼운 결심을 권한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방법도 구체적이다. 먼저 1분 걷고 1분 조깅하기. 다음 날은 1분 걷고 2분 조깅하기. 이렇게 일주일만 반복해도 30분 동안 걷고 뛰기를 이어갈 수 있고, 어느새 20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깅은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거나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면 충분하다고 친절히 설명한다.

입문자뿐 아니라 중급 러너를 위한 조언도 담겼다. 과체중이나 고령 등 각자의 조건에서 겪는 고민을 소개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경쟁과 기록에 대한 압박 대신,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자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른다.

책을 덮고나서 러닝을 유독 꺼려하는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최소한 30분 이상은 달려야 할 건데’라는 압박감에 휩쓸려 몇 번의 러닝 권유도 거절한 바 있다. 온천천을 달리는 사람들이 퍽 멋져 보이면서도 나는 그렇게 뛸 수 없기에 시도조차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이런 고민을 품고 있었기에 이 책의 응원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당신도 러너다》는 오늘 밤 신발장에 잠들어 있는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거창한 목표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한 걸음 내딛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도 충분히 러너가 될 수 있다. 러너임바(유문진) 지음/에디터/296쪽/1만 9000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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