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스타 유재인 감독, 베를린 초청장 받았다
지난해 30회 BIFF 뉴 커런츠상 수상 신예
'지우러 가는 길'로 제너레이션 섹션 진출
홍상수 감독의 장편 '그녀가 돌아온 날'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도 나란히 초청
한국 영화 3편, 올 첫 국제영화제 데뷔전
지난해 9월 26일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지우러 가는 길'로 뉴 커런츠상을 받은 유재인 감독. 부산일보DB
유재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우러 가는 길' 스틸컷. 2월 12일 개막하는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뉴 커런츠상을 거머쥔 신예 유재인 감독이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장을 받았다. 2026년 국제영화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는 2월 12일(현지시간) 개막한다. 이번 영화제에는 유 감독을 비롯해 베테랑 홍상수, 정지영 감독의 신작 등 3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받았다.
유재인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 ‘지우러 가는 길’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제너레이션은 아동·청소년의 삶과 성장을 다룬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앞서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김보라 감독의 ‘벌새’, 김혜영 감독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이 섹션에서 상영됐다.
‘지우러 가는 길’은 담임 선생님과 비밀 연애를 한 고등학생 윤지가 불법 낙태약을 구매하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로, 유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 작품이다. 주연 배우 이지원은 30회 BIFF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배우상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여성 간의 우정과 자기주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권력 남용과 자기 결정권이라는 주제를 우아하고도 잘 구축된 영화적 세계 속에서 다루고 있으며, 특히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빛나게 한다”고 초청 배경을 설명했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녀가 돌아온 날' 스틸컷. 홍 감독은 이 작품으로 7년 연속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베를린이 사랑하는 감독’ 홍상수 감독은 34번째 장편 ‘그녀가 돌아온 날’로 파노라마 부문 공식 초청작에 이름을 올렸다. 파노라마는 동시대 사회적 이슈와 새로운 영화적 경향을 조명하는 섹션이다.
홍 감독은 2020년 ‘도망친 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까지 6편이 베를린영화제에서 연속 초청됐다. 이번 ‘그녀가 돌아온 날’로 연속 초청 햇수를 7년으로 늘렸다.
홍 감독은 이 중 ‘도망친 여자’(70회 은곰상 감독상), ‘인트로덕션’(71회 은곰상 각본상), ‘소설가의 영화’(72회 은곰상 심사위원대상), ‘여행자의 필요’(74회 은곰상 심사위원대상)로 수상에 성공했다. 앞서 67회 때에는 연출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출연한 김민희가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가 돌아온 날’에는 송선미, 조윤희, 박미소, 하성국 등이 출연한다. 배우 김민희는 제작실장으로 참여했다. 영화는 결혼으로 연기를 중단한 배우가 이혼 후 독립영화로 복귀하는 과정을 다룬 내용이다. 베를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후 올 상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트리시아 투틀스는 “이 영화는 강한 연민의 감정과 유머를 지닌 채, 섬세하고 아름답게 관찰한 영화”라며 “특히 여성·명성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서사를 통제하며 대중의 시선 속에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 포스터. 염혜란 주연의 이 작품은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만들었다. 와이드릴리즈 제공
정지영 감독이 연출하고 염혜란이 주연한 영화 ‘내 이름은’은 포럼 부문에 초청받았다. 포럼 부문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색채의 작품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2024년 ‘파묘’가 진출한 바 있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내 이름은’은 촌스러운 이름을 버리고 싶어 하는 18세 소년과 아들의 이름을 지키고 싶어 하는 ‘어멍’(어머니의 제주 방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염혜란이 홀로 아들을 키우며 기억 속 진실을 마주하는 어멍 정순 역을 맡았다. 신인 신우빈은 아들 영옥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소년들’ 등 사회적 짙은 작품을 주로 연출했다. 이번 작품은 제주 4·3 평화재단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영화제 측은 “비극적인 역사가 남긴 트라우마를 세대를 넘어 섬세하게 비추며, 오랜 침묵을 깨는 작업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4월 국내에서 개봉한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