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바다미술제 작품의 후속 여정
김상돈 ‘알 그리고 등대’(2025).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부산의 대표적인 격년제 미술제 중 하나인 ‘바다미술제’는 전시가 끝나면 작품이 철거되거나 작가에게 반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품이 해변에 설치돼 바닷바람이나 염분 등 환경적 제약이 크고, 대부분이 기간 한정의 설치 미술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지난달 2일 37일간의 항해를 끝내고 막을 내린 올해 2025바다미술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7개국 23팀 38명의 작가가 총 46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중 4점이 작가에게 돌아갔고, 1점은 기증 의사를 밝혔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폐기됐다.
바다미술제 작품 기증 소식은 꽤 오랜만이어서 눈길이 갔다. 다대포해수욕장 서측에 설치돼 있던 김상돈 작가의 ‘알 그리고 등대’가 그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바깥에 오래 둘 수 없어 가급적 실내로 가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하구는 기증 의사를 구두로 승인하고, 현재 적정한 설치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설치가 완료되면 정식으로 서류 절차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알 그리고 등대’(2025)와 김상돈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그런데 설치 장소 물색이 다소 길어지고 있다. 바다미술제가 끝난 지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이전 장소를 확정 짓지 못해 해수욕장에 그대로 있다. 급하게 서둘 일도 아니지만 차일피일 미룰 일도 아닌 것 같아서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영부영하다 언젠가처럼 다른 지역 미술관으로 기증 작품을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또 바다미술제 종료 후에도 두 곳에서 연장 전시가 열리며, 작품이 해변을 넘어 도시 전체의 공공 자산처럼 기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작품의 영구 설치나 소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술제가 남긴 예술 경험을 도시 공간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진 ‘물결의 되울림’(2025).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BNK부산은행은 다대포해수욕장역에 설치되었던 이진 작가의 ‘물결의 되울림’을 은행 본점 1층으로 옮겨 연장 전시해 직원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바다미술제 주요 협찬사가 전시 작품을 이어서 보여줌으로써, 기업 공간을 시민을 위한 문화 향유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나 안데렉 ‘실버 붐’(2025).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부산교통공사는 스위스 출신 안나 안데렉이 부산에 와서 지역 여성들과 작업한 ‘실버 붐’을 퍼포먼스 중심으로 재편집해 광안역과 범내골역 도시철도 역사 내 LED 스크린으로 상영하고 있다. 공식 협찬사는 아니지만, 지역의 큰 예술 행사 작품을 시민과 공유함으로써 대중교통 공간을 문화 공공재의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번 칼럼에서 논할 계제는 아니지만 폐기되는 작품이 많은 현실과 이를 줄이기 위한 논의도 언젠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은영 문화부 선임기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