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의 집피지기] 건설사의 사회적 책임
경제부 기자
부산도시공사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에코델타시티 건립 등 민관 합동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에게 480억 원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이들 건설사는 원자잿값이 급등해 공사비가 물가 상승률보다 크게 올랐다며 비용 보전을 요구해 왔다. 480억 원이라는 금액은 건설사들이 요구한 공사비 보전액의 50% 수준이다. 여전히 일부 건설사들은 ‘보전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중에서 굴리는 돈의 규모가 가장 큰 편인 부산도시공사 입장에서도 이 금액은 적지 않은 액수다. 당장 이 480억 원을 공사의 당기순이익에서 제해야 할 판이다. 당기순이익이 높은 편이었던 지난해가 830억 원 규모였으니, 한 해 당기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건설사들에게 줘야하는 셈이다. 공사의 향후 투자 전략이나 주거 복지 사업, 직원들의 성과급 등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보기 힘들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공사가 건설사에 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법적 다툼으로 넘어가면 보전을 해주지 않아도 도시공사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아진다. 다른 지방도시공사들이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부산의 사례에 관심을 쏟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이쯤 되면 부산도시공사가 어느 정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는 사실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테다.
이제는 건설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다. 지역 건설사들이 앓는 소리를 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다. “경기가 나쁘면 죽겠다고 정부건 지자체건 손을 벌리는데, 호황이 돼서 돈을 쓸어 담을 땐 건설사들이 지역 사회를 위해 뭘 좀 내놓은 게 있느냐”는 것이다.
굳이 지역사회 공헌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가장 기본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도외시했다는 질타가 곳곳에서 쏟아진다. 평생 번 돈을 아파트 분양에 쏟아부었지만 부실 시공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수분양자,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외벽을 오르내리는 건설 노동자, 부도를 내고 잠적해버린 건설사 탓에 가슴을 치는 협력업체 사장 등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우리가 보내는 일상의 대부분은 건설사들이 만들어 낸 공간에서 이뤄진다. 도시의 품격은 지역 건설사의 수준과 직결된다. 지역 건설사들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중추라면, 이제는 ‘법은 지켰다’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될 일이다. 사회적 책임에서 비롯된 지역사회의 신뢰 없이는 건설사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사회적 책임은 기본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