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코 막혀 냄새 못 맡는 줄 알았는데… 파킨슨병 의심을
위험신호 늘어나는 파킨슨병
‘후각기능 저하’ 연구로 확인
완치 불가… 병 진행 지연 초점
인제대부산백병원 김상진 신경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인제대부산백병원 제공
감기로 코가 막혀 냄새를 못 맡는 줄 알았다면? 단순 감기 후유증이 아닌 파킨슨병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후각기능이 떨어졌다면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13일 의학계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로, 뇌의 중뇌 부위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몸이 떨리고 뻣뻣해지며 행동이 느려지고 걸음이 불편해지는 운동 증상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변비, 우울증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도 동반된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만 5927명에서 2024년 14만 3441명으로 13.9% 정도 증가했다. 60대 이후 발병률이 크게 늘기 시작하며 70대와 80세 이상 환자가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운동 증상의 하나로 알려진 후각 기능의 변화가 파킨슨병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예측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가톨릭대병원(서울성모·여의도성모·의정부성모)과 충남대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등 5개 병원이 2021년부터 국립보건연구원의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에 참여해 파킨슨병 초기 환자 203명을 5년간 장기 추적한 결과 환자의 86%가 후각 기능 저하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후각 기능이 정상에서 저하로 전환된 환자군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다른 군보다 빠르게 나타났다는 데 있다. 반면 운동 기능이나 심장 자율신경 기능 저하는 후각 기능 저하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는 환자의 단순한 증상이 뇌 속 도파민 신경과 인지기능 악화를 감지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인 만큼 약물 치료와 함께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일상 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증상 호전을 위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운동 증상이 개선되면서 삶의 질도 높아진다.
걷기, 수영, 스트레칭 등의 운동도 균형 감각과 유연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근력 운동과 함께 하루 한시간 정도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신체는 물론 정신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단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채소 위주의 규칙적인 식사로 적정 체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의 ‘닥터 파킨슨앱’을 활용할 만하다. 신체 증상 변화를 쉽게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으로, 운동과 약물 복용, 생활습관의 추적관리는 물론 조기진단 등도 돕는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에서 운영 중인 ‘파킨슨TV’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제대부산백병원 김상진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예방법도 아직 없는 만큼 나이 들어 갑자기 냄새를 맡기 어렵게 되고 잠꼬대가 심해진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전문 의료진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발견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