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모함 진입·베네수 대규모 동원령… 카리브해 긴장 최고조
마약과의 전쟁 명분으로 미 항모 배치
마두로 정권 교체 위한 군사 작전 해석
베네수엘라, 민병대 동원해 훈련 실시
트럼프 작전 두고 국제법 위반 우려 확산
지난 9월 24일 세계 최대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호가 북해에서 항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최신예 항공 모함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진입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베네수엘라도 이에 대응해 대규모 군 동원령을 내리면서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위기로 번질 상황에 처했다.
미 해군은 11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해온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이 미군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미군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는 멕시코 이남 중남미 지역과 주변 해역, 카리브해 등이 포함된다. 지난 2017년에 취역한 포드 항모는 미국의 최신예 항모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항모이기도 하다. 항모 전단은 이 지역에서 마약 카르텔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수행해온 미군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전개를 지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했으며, 미군을 카리브해로 보내 마약 운반선을 격침해 왔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이 미국의 진짜 목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미국 언론도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부 전복 목적으로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상대로 최소 19차례 공습을 가해 최소 76명을 살해했다. 이 지역에는 이미 군함 8척, 원자력 추진 잠수함, F-35 전투기 등이 배치됐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들 전력은 마약 밀매를 차단하고 초국가적 범죄단체들을 저해·해체하기 위한 기존 역량을 강화·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군사력에서 미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열세라는 평가를 받지만,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맞서겠다며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이날 미 해군의 포드 항모 전단 추가 투입 등 이 지역에 대한 미군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베네수엘라가 자국의 병력, 무기, 군사장비를 대규모로 동원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번 동원령이 마두로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육군, 해군, 공군 및 예비군들이 12일까지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베네수엘라의 정규군뿐만 아니라 볼리바르 민병대가 훈련에 참여한다고 CNN은 전했다.
볼리바르 민병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예비군으로, 전임 대통령인 고(故) 우고 차베스가 창설했으며, 스페인으로부터 수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독립을 쟁취한 혁명가인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전력이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의 군사적 행동이 현실화할 경우, 베네수엘라군은 현실적인 전력 차이를 고려해 미군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게릴라 전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으로부터 공중 또는 지상 타격을 받으면 소규모로 편성된 부대가 산개해 전국 280여 곳에서 각개 전투식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카리브해 일대의 마약 밀매 선박을 겨냥한 미군의 군사 공격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CNN 방송은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영국이 카리브해 마약 밀매 선박에 대한 정보를 더 이상 미국에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마약 밀매 선박에 대한 미군의 군사 공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보는 시각이 영국 정부 내에서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캐나다도 미군의 마약 밀매 선박 공격에 거리를 두려고 하려 하며 콜롬비아도 미국과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을 중단키로 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