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서 임시예산안 가결… 역대 최장 셧다운 종료 임박
민주당 중도 성향 의원 입장 돌아서
표결 과정서 민주당 균열 드러났단 평가
공화당 과반 하원 승인 절차도 통과 예상
트럼프 합의문에 대해 “매우 좋다” 긍정
항공 운항 차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41일째를 맞은 10일(현지 시간) 임시예산안이 미 상원 문턱을 넘었다. 셧다운은 임시예산안에 대한 하원의 최종 승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원은 이날 밤 열린 본회의에서 연방정부 임시예산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가결했다.
이번 셧다운은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 케어)에 따른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민주당의 이견으로 상원에서 임시예산안 처리가 불발되며 지난달 1일 시작됐다.
셧다운 국면에서 이날 이전까지 총 14차례 표결이 이뤄진 임시예산안은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번번이 가결 정족수(찬성 60표)를 채우지 못했다.
중도 성향 민주당 의원 7명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1명이 공화당으로부터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에 대한 상원 표결 보장, 셧다운 이후 해고된 공무원들의 복직 등을 약속받고 예산안에 찬성하면서 셧다운 사태가 급반전을 맞았다. 최종 표결에 앞서 전날 상원에서 이뤄진 ‘절차 표결’에서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가결되며 임시예산안을 처리할 길이 열린 것이다.
민주당 의원 7명과 무소속 의원 1명 등 8명이 공화당과 합의한 건 내년 1월 30일까지의 연방정부 임시예산안과 초당적 합의가 이뤄진 부처 및 정부 프로그램에 대한 2026회계연도 예산안 3건이다.
남은 하원의 승인 절차도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통과가 예상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하원의원들에게 즉각 워싱턴DC로 복귀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원 표결은 이르면 오는 12일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합의안에 대해 “매우 좋다”며 “아주 빠르게 나라를 다시 열게 될 것”이라고 이날 현지 언론에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감옥에서 풀려나거나 갱단, 마약상 같은 사람들에게 1조 5000억 달러를 퍼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길 원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해치는 일”이라며 오바마 케어를 거듭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보험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돈이 돌아가는 건강보험을 원한다”며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셧다운 사태가 종료돼도 항공 운항이 당장 정상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항공청(FAA)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항공편 지연과 결항 사태가 정상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공편 지연과 결항 사태를 부른 항공관제사 결근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항공사들이 전국 공항에 흩어진 항공기에 조종사와 승무원을 재배치하는 데에는 추가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의 항공관제사 약 1만 3000명은 지난 10월 1일 셧다운이 시작된 이래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연방공무원인 항공관제사들은 셧다운이 끝난 뒤 밀린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일부 관제사들은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겠다면서 출근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관제 인력이 부족해지자 FAA는 주요 40개 공항에서 항공편 감축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번 셧다운은 이달 5일부로 종전 최장 기록인 35일을 뛰어넘으며 역대 최장 셧다운 기록을 세웠다. 항공 운항 차질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42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 등도 재정 고갈 위기에 처했다.
이번 임시예산안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내 균열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과 관련해 진전된 것이 없다며 이번 합의안에 반대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오바마 케어 보조금을 1년 연장한다면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처리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공화당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