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매·치유… 비상 꿈꾸는 장애인 예술 사업 [문화 핫플]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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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 '느티나무의사랑'
동면 제조 공장에서 시작
각종 기념품 납품으로 인기
부산 등 전국 6곳에 창작 공간
갤러리·아트숍 통해 전시·판매
농장 운영, 힐링 프로그램도

느티나무의사랑 베이커리와 카페 앞으로 치유 농장이 펼쳐져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베이커리와 카페 앞으로 치유 농장이 펼쳐져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치유 농장을 산책하는 사람들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치유 농장을 산책하는 사람들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갤러리 옥상에는 단체가 빌릴 수 있는 세미나룸이 자리잡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갤러리 옥상에는 단체가 빌릴 수 있는 세미나룸이 자리잡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경남 양산 동면에 자리 잡은 느티나무의사랑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나의 공간이 가진 이야기만으로도 한 페이지를 채울 만큼 많은데, 큰 덩어리로 나누어도 8개이다. 장애인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아틀리에 올모’라고 불리는 갤러리, 장애인 작가 대상 공모전과 작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술 기획사, 장애인 작가 굿즈를 판매하는 아트숍, 전국구로 통하는 제조 공장,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 신선한 재료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통창으로 자연과 대화하는 카페, 브런치 맛집으로 통하는 레스토랑까지 모두 느티나무의사랑 안에서 함께하는 곳이다.


30년 제조 공장의 도전과 비상

느타나무의사랑 시작은 제조 공장이다. 양산 동면에 있는 공장에선 전국에 납품되는 기념품을 제작한다. 에코백, 장바구니, 담요, 여행용 세트, 머그컵, 돗자리, 파일집, 텀블러, 앞치마 등 수백 종에 이른다. 회사 제작 상품을 소개하는 인터넷 페이지가 계속 넘어갈 정도이다.

명문대 공대를 졸업한 정선희 대표는 20대에 우연히 제조업과 인연이 닿았고, 30여 년 업계 톱 클래스로 자리 잡았다.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승부했다.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장애인 고용 장려금과 분담금 등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상품 포장 분야에 장애인을 고용했는데 집중력도 높고, 알려준 방식 그대로 일하는 것이 좋았다. 장애인 고용을 늘리며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라는 인증이 따라왔다.

장애인이 일하기 좋다고 소문나며 장애인 부모들이 찾아와 아이의 재능을 활용할 방법을 물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장애인 작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념품에 장애인 작가의 그림을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장애인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작업장이지만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꾸몄고, 매월 한 개 이상의 작품을 제출하면 월급을 줬다. 미술 재료도 제공했고, 작가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작업장에 상주하는 작가 선생님도 고용했다.

현재 정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경기도 일산, 부천, 하남, 용인시와 인천까지 6곳의 장애인 창작 공간을 운영 중이며, 280명의 작가가 등록돼 있다. 주요 증권사와 은행, 대한항공, 현대스틸, YBM, 금호석유화학, 한화, 세방 등 30여 곳의 기업들이 창작 공간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창작 공간을 지원하면. 장애인 분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아쉬운 건 부울경에선 리노공업 한 회사만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 주요 기업들을 찾아갔지만, 정 대표는 퇴짜를 맞았다.

현재도 서울 수도권 주요 기업들이 파트너 협력사로 참여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창작 공간별로 매칭하는 회사 횟수가 정해져 있고, 새 공간을 만들어야 대기하는 회사와 연결이 된다. 해운대 지점이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이후 줄줄이 수도권에 생기고 있다. 서울, 수도권 기업들만 협력 사업체로 신청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부울경 지역에 새로운 장애인 창작 공간을 만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유이다.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아틀리에 올모.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아틀리에 올모.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든 굿즈숍.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든 굿즈숍.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든 굿즈숍. 정대현 기자 jhyun@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든 굿즈숍. 정대현 기자 jhyun@

‘원 소스 멀티 유즈’ 올모의 활약

장애인 창작 공간을 비롯해 예술 관련 활동은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올모(OLMO)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올모는 스페인어로 느티나무라는 뜻이며 동시에 네 가지 단어인 ‘OPEN’(열린 마음,열린 공간), ‘LEAP’(지속 가능한 사회적 주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 ‘MASTER’(예술적 재능 키움), ‘OVERCOME’(한계 극복)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창작 공간 이름도 올모이며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아틀리에 올모이다. 전국 장애인 대상 작품 공모전도 올모이며, 등록 작가의 작품으로 기업체 공간을 꾸며주거나 작품 대여, 구독 서비스도 예술기획 올모가 진행한다.

정 대표의 본업인 제조 공장은 등록 작가들의 작품을 아트 상품, 생활용품으로 변신시킨다. 느티나무의사랑에 소속된 전문 디자이너들이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한다.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나온 아트 상품과 생활용품은 올모 굿즈숍에서 판매된다. 디자인도 예쁘고 마감과 기능까지 뛰어난 상품들이 3000원에서 시작해 대부분 만 원 이하이다.

작가들이 매월 제출하는 작품은 기업체 공간 꾸미기, 작품 대여,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로 활용된다. 기업들은 올모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도 장애인 의무 고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느티나무의사랑에 있는 아틀리에 올모는 상시로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건강한 자연 재료로 매일 색다른 빵을 내놓는 베이커리 매장. 정대현 기자 jhyun@ 건강한 자연 재료로 매일 색다른 빵을 내놓는 베이커리 매장. 정대현 기자 jhyun@

통창이 시원한 2층 카페는 치유 농장을 보며 사색하거나 명상할 수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통창이 시원한 2층 카페는 치유 농장을 보며 사색하거나 명상할 수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원예 치유· 착한 먹거리도 만나요

느티나무의사랑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양산 라벤더 농장, SNS 촬영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5월이면 라벤더가 산 전체와 농장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라벤더를 비롯해 수국, 소나무, 관상용 나무까지 느티나무의사랑은 산책하며 힐링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조부모와 부모는 벤치에서 자연과 아이를 바라보는 장면이 많다.

사시사철 햇살이 들고 능선을 따라 바람이 내려오는 이곳은 농장을 운영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정 대표는 몇 년 전 원예 치유 공부를 시작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고 농장에서 명상, 요가를 하거나 원예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맞춤형 프로그램부터 단체 프로그램까지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원예 치유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은 어린이, 청소년 체험 학습으로도 인기가 많다. 보통 화분 꾸미기 혹은 식물 심기로 끝나는 원예 체험이 아니라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고 자연이 주는 힐링을 경험하게 하는 느타나무의사랑 프로그램은 연령대 관계없이 호응이 아주 좋다.

건강한 자연 재료로 매일 만드는 빵을 선보이는 베이커리,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차와 음료가 있는 카페, 색다른 브런치로 인기 많은 레스토랑도 느티나무의사랑에서 즐기는 힐링 공간이다.

사실 장애인 창작 공간, 굿즈 판매, 작품 대여와 공모전, 베이커리와 카페 운영으로 수익을 내는 것 여전히 어렵다. 정 대표는 “제조 공장으로 벌어서 느티나무의사랑에 퍼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행복하고 그걸 보는 나 또한 행복하므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매년 5월이면 느티나무의사랑 농장은 라벤더로 가득 찬다. 느티나무의사랑 제공 매년 5월이면 느티나무의사랑 농장은 라벤더로 가득 찬다. 느티나무의사랑 제공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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