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HMM 새 주인 포스코는 왜 안 된다고 하나
해양수도발전협의회 등 반대 성명
“해운업 생태계 교란 우려”
운임 상승·해운 투자 약화 가능성
포스코그룹이 HMM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하는 가운데, 해운업계와 지역사회가 포스코의 HMM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대형 화주인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포스코 내부 화물 운송 중심으로 운영되고, 운임 협상 혼선 등으로 다른 해운사들의 시장 퇴출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해양수도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3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는 HMM 인수 시도 즉각 중단하고, 정부는 HMM의 공공적 경영 방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한국해운협회도 앞서 지난달 “포스코의 HMM 인수를 강력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포스코는 최근 회계법인, 로펌 등과 계약을 맺어 HMM 인수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부문의 성장 정체를 해운업 진출로 돌파해 보려는 시도로 관련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협의회는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이 현실화하면 해운 기업의 전문성이 약화된다고 분석한다. 철강산업이 주력인 포스코가 HMM을 운영할 경우 해운 분야가 주력 산업을 보조하는 위치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산업은 선박운항, 컨테이너 운영, 항로개척, 글로벌 제휴 등 복합적이고 고급화된 전문적 경영 역량이 요구되는데, 포스코는 그러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해운협회 등 업계에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과 포스코는 산업적 연계성이 높지 않지 않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의 HMM 인수 배경에는 관세로 인한 철강 산업의 어려움을 보완하고 물류비를 절감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현재 국내 전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화주로, 자체 해운사를 보유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클 수 있다.
또한 초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출로 기존 국내 선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 해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가 해운 자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운임비가 시장이 아닌 내부 협의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보장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단가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전문 해운사들과의 소모적인 경쟁으로 시장질서의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해운업 생태계, 중소선사, 하역업체 등과의 상생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특정 대기업 화주의 계열화를 통한 우대 조치로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면 이는 수출 중심 한국의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