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다이어트와 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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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폐경에 가까워졌거나 폐경을 맞은 중년 여성의 다이어트는 단순히 숫자싸움이 아니다. 폐경 전후 시기의 몸은 호르몬이 격변하는데 그 가운데 많이 들어본 ‘에스트로겐’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인 ‘테토(테스토스테론)’와 ‘에겐(에스트로겐)’이 붙은 테토남·녀, 에겐남·녀의 의미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에스트로겐은 여성호르몬을 의미한다. 에스트로겐은 단순히 생리와 배란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부드러운 피부나 근육의 탄력, 촉촉한 점막, 성적 욕망과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줄어드는 순간 여성의 몸은 이전과는 달라진다.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왕성할 때 지방은 주로 허벅지나 엉덩이에 모이는데 이는 출산과 모유 수유를 대비한 일정의 준비과정이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폐경에 접어들면 지방의 흐름이 바뀌어 복부 쪽의 지방이 늘어난다. 흔히 체중은 그대로인데 옷맵시가 달라지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이때부터는 몸의 기초대사량도 줄어들어 살찌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탓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성적 감각에도 영향을 줘서 질 점막을 두텁게 해주고 촉촉함을 유지시켜 섹스 중 편안함과 쾌감을 만들 수 있게 하지만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편안함과 쾌감은 줄고 질 건조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성적 접촉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혈류를 개선시키고 성기의 감각도 회복하는 길이라고 한다.

중년 여성에게 적합한 다이어트는 극단적 식단이나 단순한 유산소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잘 먹고 더 영리하게 움직여야 한다. 극단적인 영양소 절제나 섭취보다는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여기에 근력 운동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중년의 몸 관리 방법이 된다. ‘굶어 마른 몸’이 아닌 ‘튼튼하고 활력 넘치는 몸’이야 말로 중년 여성에게 어울리는 참 아름다움이다.

또한 적극적인 성생활은 다이어트 못지 않게 중요하다. 폐경 이후에도 성생활을 유지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감도 적고 여전히 사랑받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긍정적인 생각과 활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폐경 이후의 다이어트는 호르몬이 줄어드는 몸과 호르몬 사이의 줄다리기다. 더 이상 20~30대의 모습만을 떠올리며 막연히 ‘날씬해지고 싶어!’라는 단순한 목표는 버려야 한다. 줄어든 에스트로겐으로 바뀐 내 몸의 컨디션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후 그 안에서 활력과 성적 자아와 긍정적 자기애를 갖는 것이 진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체중계의 숫자보다는 근육의 탄력이나 근육량, 혈류의 원활함, 침실에서의 만족과 즐거움이 먼저다.

흔히 다이어트를 하면서 ‘살과의 전쟁’을 한다고 하지만 전쟁이 아니라 바뀐 몸과의 화해와 재적응 과정이라 말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현재의 몸을 이해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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