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큰 폭 인상’ 공식화, 사용후핵연료 부담금 현실화되나?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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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비용 현실화 추진 보고
경수로형 100% 안팎 인상 예측
재산정 땐 다발당 6억 웃돌 듯
“부담금 인상 요인 더 많아져”
필요 비용 충분한 반영 ‘의문’
시민단체 비용 산정 공론화 요구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 현실화가 지연되면 일차적으로 원전 주변 지역이 피해를 입는다. 2023년 2월 탈핵부산시민연대의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 문제 규탄 시위 모습. 부산일보DB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 현실화가 지연되면 일차적으로 원전 주변 지역이 피해를 입는다. 2023년 2월 탈핵부산시민연대의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 문제 규탄 시위 모습. 부산일보DB

속보=인상안 은폐 논란이 제기된 원전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부산일보 9월 1일 자 1면 등 보도)의 현실화가 추진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회에 원전 사후 처리 비용 현실화를 추진하기로 보고하면서, 10여 년간 동결됐던 부담금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다만 필요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는 객관적인 비용 재산정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에 따르면 기후부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안전 최우선 원전 전 주기 관리를 위해 원전 사후 처리 비용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이하 부담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의미다.

원전 사후 처리 비용은 부담금,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 원전 해체 충당금 등 3가지 비용으로 구성된다. 다른 비용들은 2년 주기로 꾸준히 인상됐는데, 부담금만 2013년 이후 계속 동결됐다. 물가상승률조차 반영 안 된 것이다. 결국 실제 필요 비용과 괴리가 너무 커져, 부담금 인상 없이는 원전 사후 처리 비용 현실화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업계는 국내 원전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수로형 부담금의 경우 인상 폭을 100% 안팎으로 예측한다. 현재 책정된 부담금은 다발당 3억 1981만 원으로, 재산정이 이뤄지면 6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업계 전망치는 최근 한 달 새 큰 폭으로 올라갔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업계는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근거로 재산정 시 부담금이 33~55% 정도 올라 4억 원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년 전 원전 당국이 직접 산정한 결과가 알려지면서, 업계의 전망치도 재조정됐다. 2023년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산정위원회는 부담금을 107.4% 증액한 6억 6315만 원으로 결정했으나, 후속 조치를 진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뒤늦게 2023년 산정 결과가 알려지면서, 부담금을 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급속히 퍼졌다.

2023년 산정 결과보다 더 큰 증액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산자위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2023년 방사성폐기물 비용 산정안’을 바탕으로 “2023년과 비교해 현재 환율과 물가,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전력기본수급 계획에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도 추가됐다”며 “부담금 인상 요인이 더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기후부의 비용 현실화 방침에도 시민사회는 여전히 필요 비용이 충분히 반영될지 의문을 표시한다. 부담금은 사용후핵연료 사후 관리를 위한 적립금으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건설 등에 쓰인다. 2013년을 기준으로 이들 설비를 짓고 관리하는 데 53조 원이 필요하다는 정부 조사가 있었다. 지금은 필요 금액이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예상 필요 자금이 부담금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결국 원전 발전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무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큰 결정으로, 인위적인 인상 폭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13년 이후 부담금 동결, 2023년 인상 결정 폐기 등도 정무적 판단이 실질적 이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3년 큰 폭의 부담금 인상을 결정할 때 비용 산정위 내부에서도 사업자(한수원)의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비용 산정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비용 고시가 이뤄지면 외부에선 산정 결과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탈핵시민행동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비용 현실화를 외면한 것은 핵발전의 경제성 지표를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이라며 “앞으로 비용 산정 과정에는 시민이 참여하고, 모든 절차가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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