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도심항공교통과 기상 예측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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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도심항공교통(UAM)은 대도시의 만성적 교통 체증을 완화할 혁신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도심 상공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UAM은 교통 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위험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사업’은 단순한 기술 연구를 넘어, 우리 사회가 미래 교통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첫걸음이다. 충돌 방지, 돌발 기상 대응, 이착륙장(버티포트) 연계 운영 등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바로 이러한 기반이 튼튼해야 시민들은 안심하고 하늘길을 이용할 수 있다.

UAM의 안전 운항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기상예보 체계의 정교함이다. 특히 UAM이 주로 비행할 대기 경계층 300~600m 고도는 지상과 대기의 상호작용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며, 난류와 돌풍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현재의 기상예보는 비나 눈, 큰 바람 등 전반적인 날씨 흐름을 알려주지만, 도심의 복잡한 지형과 건물 배치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기류 변화까지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UAM 운항은 대부분 1시간 미만의 짧은 구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상 정보는 시의적절하게 신속하게 제공되어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따라서 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는 대규모 날씨 정보를 기반으로 하되, 실제 운항 고도에서 나타나는 난류의 특성과 국지적 기상 현상을 실시간에 가깝고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300~600m 비행 고도 난류·돌풍 빈번

1시간 미만 운항 신속한 기상 정보 필요

안전·신뢰성 확보 기술 개발 이뤄져야

전통적인 일일 기상예보에서 활용되는 수치 모델링 기법은 UAM 운항 보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대규모 슈퍼컴퓨터 연산을 기반으로 하는 수치 모델링은 예측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고작 1시간 미만으로 운항하는 UAM이 직면하는 급변하는 대기 경계층의 난류를 반영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더욱이 돌발 상황으로 운항 시간이 갑자기 변경될 경우, 기존의 경직된 예보 체계로는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난류 현상은 예측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일 경로를 제시하는 확정적 예보 대신 발생 확률과 위험 수준을 제공하는 확률 예보 체계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즉, K-UAM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는 전통적 수치 예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신속하고 확률 기반의 기상 예측 기술이 요구된다.

국립부경대를 중심으로 한 기상예측 연구팀은 UAM 운항에 특화된 새로운 형태의 예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기존 기상예보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300~600m 대기 경계층의 특성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최신 윈드 라이더와 지상관측 장비를 설치해 고품질 데이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지상 장비가 커버하지 못하는 공간은 드론을 활용해 관측망을 확장함으로써, 도시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기 흐름을 다각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평균적인 대기장과 난류가 얽혀 형성하는 역학적·열역학적 구조를 규명하고, UAM 운항에 최적화된 대규모 기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UAM이 운행하는 지역의 평균 대기장과 난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짧은 시간 안에 초단기 예보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통적인 수치 모델링 기반의 예보 방식을 넘어 AI 기반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상 및 이동 관측 장비에서 확보한 최적의 자료를 활용해 고해상도 수치 모델을 가동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생산된 대규모 기상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 예측 모델을 훈련시킴으로써 UAM 운항 중 발생할 다양한 기상 조건에 대해 신속한 예보를 제공할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UAM 운항에 필요한 기상 예측은 아직 연구 성과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는 영역으로, 순수한 학문적 도전일 뿐 아니라 실제 운항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 서비스까지 구축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관측 장비의 빠른 구축과 활용, AI 기반 첨단 예측 기술의 도입, 전문가들의 사명감 있는 참여 덕분에 필요한 기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앞으로다. 기초적인 단계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수집된 기상 데이터를 실제 운항 환경에 맞게 실시간·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전시키며, 고객과 운영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기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UAM 운항의 안전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사업단은 후속 과제에 대한 예비타당성 심사를 받고 있다. K-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정 투자와 이를 통한 기술의 고도화와 완성도 제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UAM 시대의 성공 여부는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과 관계 부처의 적극적 지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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