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샤토 라코스테, 와이너리에서 만나는 건축과 현대미술
아트컨시어지 대표
남프랑스 액상 프로방스 근교에 위치한 샤토 라코스테는 단순한 와이너리를 넘어, 건축, 조각공원, 현대미술이 결합된 말 그대로 복합 문화공간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컬렉터인 패트릭 맥킬렌은 2002년 와이너리를 매입했다. 전체 약 70만 평 규모이며, 상당수가 유기농 포도밭이다. 2004년부터 예술 및 건축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시작했고, 2011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샤토 라코스테를 대표하는 건축가는 안도 다다오이다. 처음 만나는 방문자 센터와 아트센터는 서로 연결돼 있는데, 건축가의 시그니처인 노출 콘크리트와 물, 빛을 활용한 건물은 포도밭과 자연스레 어울리면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조각처럼 느껴진다. 특히 아트센터 앞 수면 위에 놓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 조각은 안도의 건축과 예술이 만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다음으로 만나는 건물은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뮤직 파빌리온이다. 2008년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에 출시했던 것을 이곳에 옮겨놓았다. 해체주의적인 형태, 뒤틀린 지붕과 비정형 면이라는 게리 특유의 스타일을 반영한 건물이다. 용도는 야외 음악당으로 쓰이고 있다. 건축가 렌초 피아노는 현대미술관을 디자인했는데, 하이테크 구조물 위에 유리지붕을 두어 자연채광을 전시장에 끌어들였다. 경사진 언덕에 위치해 반지하의 형태로 사이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는 특유의 자유로운 곡선과 공중 부양하는 형태로 니마이어 파빌리온을 설계했는데, 그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이다. 내부는 80석 규모의 원형 강당과 유리 전시장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리차드 로저스는 부지 내 숲속에 드로잉 갤러리를 설계했으며, 장 누벨은 반원형 알루미늄 구조물로 기존 포도밭 위 와인 창고를 디자인 했다. 공교롭게도 앞선 6명의 건축가는 모두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타 건축가들이다.
샤토 라코스테는 예술과 건축의 산책로(Art & Architecture Walk)라는 콘셉트로 포도밭 언덕과 숲 사이 40개 이상의 조각과 설치작품이 흩어져 있다. 입장 시 파빌리온의 위치와 조각 작품들이 있는 지도를 가지고 찾을 수 있는데, 서로 다른 품종의 와인밭 사이에서 만나는 파빌리온과 조형물을 만나는 재미는 이곳만의 매력이다. 아트센터에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와 알렉산더 칼더의 이동형 조각부터, 숀 스컬리의 대형 평면 조각작품, 리차드 세라의 3개의 강철판,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은 나무 위, 포도밭 숲 사이에 숨겨놓듯 놓여있다. 이 밖에도 아이 웨이웨이, 제니 홀저, 이우환, 리차드 롱과 같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17년부터는 빌라 라코스테가 개장해서 28개의 스위트룸을 운영 중이며, 여성 최초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영국 쉐프 엘렌 다로즈의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건축과 미술 그리고 미식 스테이까지 마치 종합 선물세트처럼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 시대 최고의 시그니처 문화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