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규의 법의 창] 해양수도 부산, 균형발전의 초석
법무법인(유) 정인 변호사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수도를 목표로 오랫동안 항만·해운·물류 산업의 중심지이자 해양 무역·교류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한 항만 도시를 넘어, 해양 행정 기반의 중심, 해사 사법권의 확보, 북극항로의 전략적 활용, 금융·디지털·첨단 산업의 복합 클러스터 조성까지 포괄하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고, 구체화할 법적·제도적 기반이 바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안’)이다.
특별법안은 제22대 국회 개원 직후 부산 지역 여야 의원 18명 전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으로, 지역 과제를 넘어 국가 전략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별법안 제1장 제1조, 제2조는 부산을 국제물류·국제금융·디지털 첨단산업의 글로벌 허브도시로 규정하며, 제4조와 제5조는 국가와 부산시의 각자 책무와 상호 협력을 명시하였다. 이어 제2장은 추진체계, 제3장은 물류·금융·산업 기반 조성, 제4장은 글로벌 교육·생활·문화·관광 환경 조성, 제5장은 특구 입주기업과 파견 인력 지원, 제6장은 재정 지원 및 특별회계 설치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즉, 단순한 선언이 아닌 진정한 해양수도를 향한 구체적 법적 틀로 설계되어 있다.
해사법원·북극항로 등 현실화 위해
글로벌허브특별법 조속히 통과돼야
부산만이 아닌 국가 전체 성장 효과
법안이 통과되려면, 우선 법안이 ‘부산만을 위한 특혜법’이라는 시각과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컨대 가덕도신공항 개항과 북항 재개발은 수도권 항공 수요 분산과 동남권 물류 혁신을 동시에 가능케 하며, 북극항로 개척은 인천항·광양항 등과의 협력 구조를 강화한다. 또한 금융·디지털 첨단 산업 육성은 대구·광주·세종 등 타 도시와 연계를 통한 각 지방 도시의 가치 상승을 견인하여, 특정 지역이 아닌 국가 전체가 성장하는 파급효과를 낳는다.
법적 시각에서 볼 때,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해사법원 설치나 조세·금융 규제 특례는 행정명령이나 조례로는 제한적이고 반드시 국회 입법을 통해야 완성된다. 이는 특정 지역을 위한 편의가 아니라, 헌법상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 절차다.
지역의 정치적 합의와 시민적 열망도 뚜렷하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고, 부산시는 범시민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시민·기업·학계가 함께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글로벌허브특별법으로 열어가는 북극항로 시대’라는 주제로 기대 효과와 보완 과제가 논의되었으며, 해양수산부 장관은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구상을 발표해 제도적 기반에 힘을 더했다. 이는 부산만이 아니라, 전국적 자본 흐름을 유도하여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타 도시의 입장을 고려하면, 부산의 도약은 곧 국가 균형발전의 촉진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지방의 자생적 성장도 불가능하다. 부산이 글로벌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면, 인천은 항공·물류 협력, 대구는 메디컬·소재산업 연계, 광주는 AI·에너지 협력, 울산은 조선·에너지 산업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타 도시를 향한 진정성 있는 설득이 필요하고, 이러한 부산 시민의 목소리가 곧 국가 균형발전의 시작이다.
결국 이 법안은 ‘부산만을 위한 특별법’이 아니라,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제122조의 국토균형발전 명령을 구체화하는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법률’이다. 부산의 해양수도 비전은 이미 준비되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해양수도 부산, 해사법원, 북극항로, 글로벌 금융·물류 허브 이러한 모든 구상은 특별법으로 완성될 때 비로소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도약이 된다.
나아가 법안의 통과는 대한민국의 성장축을 다변화하고, 동북아 해운·물류 질서 변동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국회는 더 이상 논의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법안의 세부 설계와 문제점에 대해 신속하고 투명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별법의 가치의 조절은 ‘무엇을 허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고,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극항로라는 국제 환경의 변화, 해사 분쟁 해결 능력 확보, 글로벌 금융·물류 허브를 통한 산업 재편은 기회이자 시험대다. 지방정부는 ‘균형발전’이라는 설득의 논리를 가지고 타 도시와 국회를 설득하여 이 기회를 제도적 안정성으로 연결해야 한다. 국회는 신속하되 정교한 입법으로 부산의 잠재력을 국가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지금 부산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해양 유관기관을 포함한 해양수산부 이전, 해사법원 설치, 글로벌 금융·물류 허브를 지원할 특별법 통과가 완성될 때, 비로소 해양수도 부산의 시작이다. 이를 위한 모든 주체의 책임감 있고 속도감 있는 행보를 촉구한다. 부산이 국가의 지역 균형발전 촉매제로 등장할 때다. 부산의 도약은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