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미국 원전시장 진출 모색…현지서 웨스팅하우스와 워크숍
'불공정 계약' 논란 이후 미국서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협력 논의
한국전력(한전)이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산업 수요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의 원전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한국전력은 지난 8∼11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원자력 에너지 콘퍼런스&엑스포'(NECX 2025)에 참가해 미국 원전 시장 진출 의지를 밝히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18일 밝혔다.
미국 원자력학회(ANS)와 원자력협회(NEI)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미국 전력회사와 설계·시공사, 규제기관, 아마존 등 기업들이 참석했다. 한전은 현지 주요 개발사인 TNC를 비롯해 대형 전력회사 등과 신규 원전 사업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NEI 관계자는 "2050년까지 원전을 4배 확대하는 미국 정부의 목표 달성에 있어 한전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전은 지난 11∼12일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기술 교류 워크숍'을 열고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원전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워크숍이 최근 확대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 대응하고 한미 원전 동맹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워크숍에는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건설사 등이 함께 참여해 팀코리아의 미국 진출 기반을 다졌다.
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워크숍에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
한전은 또 글로벌 투자은행 및 법률 자문사와 별도 회의를 통해 미국 정부 지원제도를 활용한 재원 조달 방안, 미국 원전 사업 추진 시 노무·법률 리스크 관리방안 등을 논의하며 사업 추진을 위한 다각적인 방향을 검토했다.
지난 1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2022년부터 2년 넘게 끌어온 지식재산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당시의 계약 조건에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1기 수출마다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 및 로열티를 제공하고, 유럽 등 선진 시장 독자 진출을 포기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불공정 합의' 논란이 일었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전·한수원이 고수익·거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 진출할 수 있다면 유럽 등 다른 시장에 진출하지 않아도 충분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정부도 설계 능력을 갖춘 웨스팅하우스가 있지만, 설계·조달·시공(EPC)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이번 방문을 통해 확보한 현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미국 원전 시장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팀코리아를 대표해 한미 기업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