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폭염일수 9배 상승” 한국 기후보고서 ‘최악 시나리오’ 경고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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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기상청 ‘한국 기후 위기 평가보고서 2025’
21세기 말 한반도 연평균 기온 7도 상승 전망
감축 노력 따라 폭염일수 24.2~79.5일 증가

부산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진 지난 7월 2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쿨링포그 아래를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진 지난 7월 2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쿨링포그 아래를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 최악의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7도가량 상승하고, 폭염일수는 최대 9배 늘어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우리나라 기후 위기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영향, 적응 등 연구 결과를 정리한 ‘한국 기후 위기 평가보고서 2025’를 공동으로 발간한다고 18일 밝혔다. 2010년과 2014년, 2020년에 이어 4번째 발간하는 이 보고서는 전문가 112명이 한반도를 대상으로 2020~2024년 발표된 20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의 연구 결과를 분석·평가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온난화가 더 심화하며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가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됐고, 향후에는 기상재해가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과 2023년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각각 14.5도, 13.7도로 역대 1·2위를 기록했다. 2024년 한반도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율은 3.4ppm으로, 최근 10년(2014~2023년)의 연평균 증가율인 2.4ppm에 비해 높았다.

최근 7년간 온난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1912~2017년 기온 상승률이 10년간 0.18도로 나타났으나, 1912~2024년 기온 상승률은 10년간 0.21도로 더 높게 관측됐다.

특히 2081~2100년께 21세기 말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최악의 경우 7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무분별한 개발을 지속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매우 높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를 기준으로 관측한 결과다. 이 경우 연간 폭염일수는 79.5일까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연평균 폭염은 8.8일 발생하는데, 기후변화 정도에 따라 최대 9배까지도 폭염일수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인 ‘낮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1-2.6)’에서는 2.3도 상승이 예상된다. 이 경우 폭염은 연 24.2일 발생한다.

또 기후 위기로 생태계 생물 다양성 변화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 증가, 수산업 생산성 저하 등 사회 전 부문에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됐다. 육상 조류 총 52종의 점유율 변화를 파악해 보니 전체의 38%가 감소했다.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여름철에 관찰되거나 여름 철새인 중대백로가 겨울철에 출현하는 등 생물 계절과 온난화 간 시기적 상충도 나타났다.

온열질환자 수는 2020~2023년 평균 1709명 대비 2024년 2배 늘었다. 2050년대에는 고령자의 고온으로 인한 초과사망률은 ‘중간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2-4.5)’에서 4.36%, ‘약간 높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3-7.0)’에서 5.5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반도 주변 해양 표층 수온은 전 지구 평균 대비 2배 상승했고, 최악의 경우 2100년까지 주요 양식 밀집 해역의 수온은 약 4~5도 상승할 전망이다. 수산업에서는 최근 14년간 고수온으로 3472억 원, 저수온 308억 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올 하반기 수립 예정인 ‘제4차 국가 기후 위기 대응(적응)대책’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책 수립에 활용될 전망이다. 또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에도 해당 보고서 내용이 동북아시아 기후 위기를 기술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안세창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며 “사회 전 부문에서 기후 대응 역량이 제고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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