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야구단 1300억 지원에 LG 농구단은 '쓴웃음'만
이전 엄포에 부랴부랴 지원 약속
30년째 충성 보인 농구단은 홀대
시설 노후에도 예산 우선순위 밀려
구단이 비용 마련해 관람석 교체도
4년 전 부산 떠난 KT 사례 판박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연고지 이전 의사를 밝히자 경남 창원시가 20년 간 1364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연고지 이전을 막기 위한 다급한 조처지만, 상대적으로 30년 넘게 창원 연고 팀으로 활동해 온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에 대한 홀대 여론이 비등하다.
농구 팬들은 4년 전 불화를 겪다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KT 소닉붐과 부산시의 악연을 거론하며 종목별 차별 없는 행정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LG 세이커스는 1997년 창원에서 팀 창단식을 가졌다. 직전 해인 1996년 5500석 규모로 문을 연 창원실내체육관을 홈구장 삼아 둥지를 튼 것. 이후 연고지 이전이 잦은 프로농구 무대에서도 LG는 유일하게 연고지를 바꾸지 않고 창원에 충성심을 보여왔다.
그런데도 LG는 홈경기 때마다 1000만 원 안팎의 구장 사용료를 창원시설공단에 지급하고 있다. 타 지역 농구단의 사용료가 400~500만 원임을 감안하면 곱절 수준이다. 강원도 원주 등 일부 지역은 아예 대관료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문제는 비싼 대관료에도 불구하고 창원체육관 시설이 30년 전 개장 당시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화장실은 배관이 낡아 역류가 발생하는 데다 냉난방 시설, 파우더룸도 없어 편의 측면에서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사정은 연고 팀인 선수단 시설도 마찬가지다. 경기 전후로 한창 신경이 곤두서 있는 홈팀과 원정팀이 비좁은 화장실을 함께 쓰는 실정이다.
경기장 내 전광판은 아예 국제농구협회(FIBA) 규정 미달이다. 출전 선수 12명의 명단을 모두 화면에 띄우지 못해 출전 중인 선수 5명의 이름만 송출된다.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티켓을 따낸 LG는 올가을 일본 등 타국 팀을 홈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전광판 소프트웨어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임시방편을 마련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수원 이전으로 서로 간에 민망한 비난을 쏟아냈던 KT와 부산시의 2021년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KT는 여러 차례 시설 보수와 지원을 부산시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사이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구장 신형 전광판 설치에는 시 예산 50억 원이 투입되기도 했다.
결국, KT는 자체 비용을 들여 사직실내체육관의 전광판 등을 보수했고 이렇게 쌓인 갈등의 골은 연고지 이전으로 이어졌다.
LG 측은 그간 창원실내체육관 보수 예산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서운함을 보인다. LG 손종오 단장은 “건물 자체가 준공된 지 3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시설이 낡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쾌적함과 안락함을 누리긴커녕 불편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창원실내체육관 2층 관람석 1500석을 교체한 비용도 LG가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예산 줄다리기에 지쳐 구단이 직접 프로스포츠협회 공모 사업에 뛰어들어 3억 1000만 원의 비용을 확보해 왔다.
수십 년 째 이어진 LG의 시설 개선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창원시는 올해 들어서야 개보수 예산을 추경에 신청했다. 그마저도 화장실 리모델링과 전광판 설치를 위한 용역비 4400만 원이 전부다.
창원시 스포츠산업팀 관계자는 “사업비가 워낙 클 것으로 추정되고 시즌 중 공사를 진행이 어려운 점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예산 반영이 늦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