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시민로스쿨 ,산청 문화·인문 탐방
조선 남명 조식과 불교 고승 성철 스님 사상 조명
영산대학교(총장 부구욱)가 주관하고 부·울·경 시민로스쿨(원장 최주덕)이 운영하는 ‘법과 인문학 최고위과정’이 지난달 22일 경남 산청 일대에서 특별한 인문학 현장 학습을 가졌다.
이번 산청 문화유산 탐방에는 현재 11기 수강생과 졸업 동문 등 150여 명이 참여해, 조선 유학의 대표 사상가 남명 조식 선생과 불교 선수행의 상징적 인물인 성철 스님의 사상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산대학교 법과인문학 최고위과정은 법률 전문성과 인문 소양을 겸비한 통합적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한 1년제 심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법조계,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주 목요일 저녁 영산대 해운대캠퍼스 도광헌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이론과 실천, 강의와 현장을 넘나드는 폭넓은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장 문화 탐방은 이 과정의 핵심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들의 철학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체득하는 중요한 기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이동성 교수의 인문학 강의가 열렸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실천 유학자 남명 조식의 사상을 중심으로 한 이 강의에서, 이동성 교수는 ‘경(敬)’은 자기 성찰과 내면 수양, ‘의(義)’는 타인을 위한 실천과 정의로운 행동의 지향이라고 설명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윤리 철학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남명기념관을 방문한 참가자들은 조식 선생의 생애와 학문, 사상적 유산을 깊이 있게 체험하며, 조선 시대 유학의 도덕적 이상과 인간 수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진 일정은 조선시대 전통 한옥 마을인 남사 예담촌 방문이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조선 선비들의 절제된 삶의 미학과 공동체 중심의 가치관을 체감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다는 ‘이사재’를 방문한 참가자들은, 조선의 공간 속에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인간 정신의 흔적에 감동을 받았다.
다음으로 방문한 덕천서원은 남명 조식 선생의 학문을 기리는 공간으로, 조용하고 정제된 서원의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들은 툇마루에 둘러앉아 논어의 ‘학이편’을 낭독하고 토론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는 단순한 문헌 학습을 넘어, 전통 교육 방식의 본질과 선비 정신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었던 뜻깊은 체험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식 선생이 관직을 마다하고 산림처사로 살아가며 실천 유학을 펼친 삶의 궤적과, 그 철학이 현대사회에서 가지는 실천적 의미에 대한 강의가 함께 진행되어 깊은 울림을 주었다.
탐방의 마지막 여정은 성철 스님의 수행처이자 기념 공간인 겁외사였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성철 스님의 생애와 불교 수행 철학을 현장에서 접했다. 허장욱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해설을 통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 스님의 어록을 중심으로 불교의 ‘공(空)’ 사상과 마음을 비우는 지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가 이어졌다.
겁외사의 자연과 건축이 수행의 공간으로 지닌 철학적 깊이와 상징성은 참가자들의 내면에 깊은 사색을 일으켰으며, 종교를 넘어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귀갓길에는 ‘인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통찰’이라는 주제로 정리 강의가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지식을 넘어 삶의 태도를 배우는 교육이라는 평가와 함께 각자의 소감을 나누었다. 한 참가자는 “단순한 견학이 아닌, 자기 성찰과 인문 정신을 되새기는 여정이었다”며 감동을 전했다.
이번 산청 탐방은 제11기 과정의 반환점을 맞아 진행된 중간 행사로, 현장 중심의 체험 학습이 어떻게 법과 인문학의 만남을 실천적 리더십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영산대학교 법과인문학 최고위과정은 현재 11기 교육이 활발히 운영 중이며, 2025년도 12기 예비 등록 상담도 접수 중이다. 법률적 사고력과 인문학적 통찰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