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부양책에 국장 ‘쑥’… 서학개미도 ‘속속’ 유턴 [커버스토리]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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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6년 만에 최고 수익률

올 상반기에만 28% 이상 폭등
3년 반 만에 3000 고지 넘어서
AI 지원·내수 진작·상법 개정 등
이재명 정부 정책에 매수세 몰려
해외로 빠진 개인 투자자도 복귀
투자위험 종목 급증에 경고음도

코스피가 ‘3000 고지’를 탈환하며 상반기 기준 26년 만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가 ‘3000 고지’를 탈환하며 상반기 기준 26년 만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에만 28% 이상 오르면서 무려 26년 만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비아냥을 살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코스피가 새 정부 들어 3년 반 만에 ‘3000 고지’를 탈환한 데 이어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제는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며 ‘(해외로) 집 나간 돈’들이 돌아오고 있다. 다만, 투자위험 종목이 급증하는 등 과열 조짐도 있어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0년대 상반기 최고 수익률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말 2399.49에서 올해 상반기 마지막 날인 30일 3071.70(종가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 상반기 들어서만 28.0%가 올랐다. 작년 상반기 상승률(5.4%)을 5배 이상 웃돌며 2000년 이후 상반기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급등세를 보이며 뒤늦게 코스피 밴드를 상향 조정하는 경우도 잇달아 최근 하나증권은 코스피 전망을 4000 이상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역대 코스피 상반기 수익률을 보면 1999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다. 1999년의 경우 IT 투자 열풍에 힘입어 코스피가 직전 연도(1998년) 말 562.46에서 이듬해 6월 883으로 57% 급등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99년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은 모두 1980년대에 나왔다. 당시 저달러·저금리·저유가 등 ‘3저 효과’에 힘입어 건설, 금융, 무역 등 3개 업종이 상승장을 이끈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1987년 상반기 코스피는 51% 오르며 역대 두 번째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1986년은 49% 올라 세 번째로 오름폭이 컸다.

코스피 상승률은 2000년대에는 둔화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낮은 주주 환원과 투자자보다 지배주주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는 기업 지배구조 등에 의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장기화됐다.

올해 상반기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시기는 2009년으로 23.6%를 기록했다. 당시 2008년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장을 이어갔다.

■새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

이번 강세장은 무엇보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정책 목표로 내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부양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대선 과정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고, 실제로 당선 직후 보여준 여러 긍정적 시그널로 인해 ‘허니문 랠리’가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민생 회복,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들이 국내 증시에도 안정감을 주며, 해외로 눈을 돌렸던 개미 복귀를 재촉했다.

특히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일 평균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세를 보여 이들의 국장 유턴이 주목됐다. 연초 18조 원 수준이던 개인 투자자들의 일 평균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24조 원대까지 불어났다. 서학개미들의 경우 최근 7개월간 미국 주식에서 매수 우위 흐름을 이어가다 5월부터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는 상법 개정과 주주 배당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유예 소식에 관세 우려가 일부 완화된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과열 경고음… 단기 조정 관측도

일각에서는 투자위험 종목이 급증하는 등 과열 경고등이 켜지면서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장경보제도상 최고 단계인 투자위험 종목 지정 건수는 10건으로 작년 상반기(6건) 대비 67% 늘었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도 총 175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13건) 대비 55% 늘었으며, 투자주의 종목 지정 건수는 1176건으로 작년 상반기(929건)보다 27% 증가했다.

시장경보제도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제도다.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구분된다. 투자경고 종목은 지정 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며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1일간 거래가 정지된다.

최근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난달 24일과 26일 두 차례나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돼 각각 하루씩 거래가 정지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카카오페이는 6월 들어서만 주가가 147.8%나 급등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증시가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9일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유예 시한 등을 앞두고 향후 관세 관련 뉴스에 따라 단기 조정 가능성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가운데 향후 관세, 정치적 일정 등으로 차익 실현 압박이 증가할 수 있다”며 “정책 모멘텀 관련 업종은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매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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