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예술창조도시 도약…부산의 인구 감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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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부산교대 음악교육과 교수·부산시 문화예술위원

부산의 인구 감소는 광역시 중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부산은 7대 광역시 중에서 첫 소멸위험 진단을 받았다. 청년인구는 2019년부터 100만 명 이하로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심화된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교육 혁신과 산업 구조의 다변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해 첨단 기술 기반의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문화예술 분야와 융합함으로써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제 부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와 예술, 그리고 기술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기점에 서있다.

에듀테크는 단순히 기존 교육 방식을 디지털화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확장시킬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에게 추상적인 개념이나 전통 예술작품을 다양하게 체험하고 몰입형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SUNO와 같은 작곡 프로그램이나 시각 예술 도구는 비전공자도 예술 창작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 하며 음악과 미술에 대해서 심화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기술들은 단순한 학습 도구로만 머물지 않고, 창의성과 표현력을 자극하는 디지털 파트너의 역할로 교육 현장을 보다 역동적이고 심층도 높은 공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에듀테크와 문화예술의 융합은 학생들의 주도적 참여와 창조적 탐색을 유도함으로써,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융합은 교육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체의 문화생태계와 경제 구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창의 산업으로서의 문화예술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여기에 에듀테크 기술이 접목될 경우 더욱 빠른 성장과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은 잠재력을 지닌 지역들이 많은 도시이다. 영도의 옛 조선소를 깡깡이 예술마을로 탈바꿈시킨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배 안에서 다양한 선박체험을 기술과 접목시킨 성공적 문화예술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깡깡이 예술마을의 도시재생기반에 에듀테크를 융합하여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교육적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부산의 동래구는 특별한 문화예술적 발전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다. 동래구는 역사적으로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예술 기반 프로젝트들의 추진 잠재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동래학춤이나 복천동 문화재와 같은 지역 고유의 전통예술과 문화유산을 VR 콘텐츠로 재구성한다면, 청소년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지역 예술인들과 협력해 창업형 예술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부산교대가 최근 인증받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교육과정에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을 도입할 경우, 지역 학생들의 문화 감수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상승시킬 수 있다. 이는 곧 부산이라는 도시가 창의적 인재 유치와 양성의 허브로 거듭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도시재생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델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핀란드 헬싱키나 에스토니아 탈린 등 북유럽 도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 감소 문제를 예술과 기술 기반 교육으로 접근해왔다. 이들 도시는 문화예술교육을 단순한 취미나 부가적 교육이 아닌, 핵심 사회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교육의 질과 도시가 지닌 고유의 문화적 매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부산 역시 기술 중심 도시를 넘어 창조적 영감이 흐르는 교육 중심 도시, 그리고 시민과 예술가가 공존하는 문화적 삶의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에듀테크와 문화예술의 유기적 결합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교육특구 지정,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정례화, 디지털 기반 창의교육 인프라의 확충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 교육기관, 시민, 문화예술계, 그리고 행정기관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새로운 문화예술 도시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에듀테크와 문화예술의 융합은 단순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가 직면한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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