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덕신공항, 방파제부터 선착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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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호 기술사·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

연약지반 등 복잡한 해양환경 조건
공정 불확실성 위험 요소 제거 열쇠
공구 분할 시공 방식 유연성 확보
발주 시스템 혁신 없이 성공 힘들어
동남권 메가시티 출발 차질 없어야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지금 가덕도신공항이 딛고 나아가야 할 첫걸음도 분명하다. 방파제 공사의 조속한 착수다. 최근 수의계약 중단으로 전체 사업이 표류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핵심 공정부터 선행 착공하는 ‘패스트트랙(Fast-Track) 전략’이 절실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설계·시공 분리 발주와 공구 분할 방식도 적극 고려하면 좋겠다.


방파제는 해상공항 건설의 출발점이자 든든한 보호막이다. 가덕도는 전체 부지의 59%가 해상에 자리를 잡아 있고, 연약지반 깊이가 최대 60m에 달하는 복잡한 조건을 지녔다. 이 같은 해양 환경에서는 파랑과 조류, 지반침하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제어해야만 본격적인 매립과 활주로 시공이 가능하다. 방파제가 없다면, 모든 공정은 해상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방파제 없이는 파랑(波浪)으로 인해, 해저 연약지반 개량도 할 수 없고, 국수봉을 절취(折取)한 사석을 해저 지반에 투석할 수도 없고, 케이슨 공법도 제대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간사이공항은 1차 방파제 시공에만 5년을 들였고, 홍콩 첵랍콕공항 또한 파랑 차단을 위한 방파제 완공 후 본격적인 매립에 착수했다. 이런 해외 사례는 방파제가 얼마나 중요한 선행 공정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진작 분리 발주했다면 방파제는 상당 부분 진척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가덕신공항은 지금까지 제자리걸음만 하고있는 격이다.

다음은 시공 방식의 유연성이다. 과거처럼 턴키(Turn-key) 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설계·시공 분리 발주를 통해 다수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술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네 차례 유찰을 거쳐 현대건설 컨소시엄만이 단독 입찰에 참여했다. 이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구 분할을 통해 여러 전문 건설사가 동시에 투입되면, 공사 일정 지연 리스크(risk)는 줄이고 기술적 최적화는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유사 사례인 스페인 알리칸테공항(ALC)은 공구 분할과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공기 단축과 예산 절감을 동시에 이뤄낸 사례다. 가덕신공항 역시 발주 시스템의 혁신 없이는 성공적 추진이 어렵다. 또한 해상공항 건설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감독기관 또는 사업관리(CM) 회사에 해상공항 경험이 있는 사업관리자(Project Manager)를 기술고문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민감한 요소는 연약지반 처리다. 가덕도 해역은 인천공항보다도 깊고, 울릉공항보다도 복잡하다. 부등침하를 막기 위해서는 심층혼합처리공법(DCM)을 적용해 지반을 개량한 후, 대형 케이슨을 해상에서 레고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공법은 나고야 주부 센트레아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고, 2025년 현재, 싱가포르의 차세대 항만 프로젝트인 투아스 메가포트(Tuas Megaport) 건설 공사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해상공항이 아닌 거대 항만이지만, 유사한 해양 환경에다 케이슨 공법 적용 역시 흡사하기에 가덕신공항의 해상활주로 공사에는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1단계 공사는 국내 건설업체인 DL ENC(옛 대림산업)가 수행했고, 2단계는 현대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1단계 공사의 경우, 애초 계약 공기를 7개월 이상 앞당긴 바 있다. 2025년 5월 현재, 국내 울릉공항 공사에서도 케이슨공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바 있다.

가덕신공항 프로젝트는 해상활주로 공사만이 시급한 건 아니다. 활주로 공사 이외에도 절대 공기를 좌우하는 단위 공사들, 즉 주요 공정선(Critical Path) 상에 있는 ‘현장 진입도로 및 가설 시설 설치’, ‘해상구조물(케이슨) 육상 공장 설치’, ‘국수봉 절취 및 토사 운반용 컨베이어벨트 설치’ 등등, 단위 공정끼리 서로 간섭되지 않게 조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은 결단의 시점이다. 방파제 공사는 단순한 선행 작업이 아니고,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추진력을 결정짓는 ‘키스톤’이다. 이 공정이 착수되어야만, 이후 모든 절차가 일관성과 속도를 갖고 전개될 수 있다.

가덕신공항 2029년 조기 개항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회복과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언제까지 도돌이표 같은 대책 회의만 거듭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파제를 착공하지 않는다면, 활주로는 절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실행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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