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우승 ‘리버풀 퍼레이드’에 차량 돌진…53세 백인 남성 체포
리버풀 거리에 축하 인파 수십만 운집
회색 승합차 군중에 돌진 47명 부상
스타머 “영국 전체가 리버풀과 함께할 것”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 리그에서 20번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 FC의 우승 축하 거리 퍼레이드에서 한 차량이 인파에 돌진, 최소 47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차량 운전자는 53세 백인 영국 남성으로, 현지 경찰은 테러는 아니라고 밝혔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 거리에서 프로 축구팀 리버풀 FC의 우승을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던 와중 회색 승합차 한 대가 군중 속으로 돌진했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한 남성이 이 승합차에 치여 허공으로 튕겨 나가고, 이후 이 차가 더 많은 군중 속으로 돌진해 사람들을 밀치며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현장에 부인, 두 딸과 함께 있었던 해리 라시드 씨는 “처음에는 ‘쿵쿵쿵’ 하는 소리만 들렸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이 차 보닛 위에서 튕겨 나가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승합차가 멈추자, 사람들이 차량을 둘러싸고 창문을 깨기 시작했지만, 운전자는 다시 가속해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 라시드 씨는 “그는 계속 차를 몰았고 끔찍했다”면서 “사람들을 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리버풀 팬 수십만 명이 리버풀의 20번째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에 모였다. 리버풀의 상징인 빨간 연기탄과 폭죽이 터지고 도시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이 사건으로 순식간에 기쁨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경찰은 이번 충돌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섣부른 추측이나 충돌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아이들이 영웅을 기리는 날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리버풀은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는 도시고 영국 전체가 리버풀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버풀 FC도 성명을 내고 “피해자와 가족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리버풀은 36년 전인 1989년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노팅엄 포레스트와 FA컵 준결승전에서 팬 97명이 압사하는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당시 경찰의 대응 실패와 은폐 시도로 대중의 분노를 샀다. 리버풀은 2020년에도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식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리버풀의 20번째 리그 우승 기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그 우승 기록과 같다.
한편, 경찰이 용의자를 백인 남성으로 빠르게 밝힌 이유는 SNS에 퍼질 수 있는 가짜 뉴스와 혐오 선동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여름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한 10대가 댄스 수업 도중에 3명의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는데, 용의자가 난민이라는 잘못된 소문이 퍼졌다. 실제 용의자는 영국 태생의 영국인이었지만, 가짜 뉴스로 인해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전역에서 난민 호텔을 대상으로 한 폭동이 일어났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