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호흡기에만 악영향? 허리 건강에도 ‘적’
흡연과 디스크
니코틴 등 미세혈관 순환 저해
디스크 퇴행 주요 원인으로 작용
수술 후 회복 더딘 경우도 많아
금연 절실… 적정 체중유지도
오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가 1987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담배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 ‘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지정했다. 국내에서도 정부는 물론 여러 지자체에서 이날을 즈음해 다양한 금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흡연의 해로움은 널리 알려져 있다. 폐암을 비롯해 만성폐쇄성폐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등 호흡기 및 심·뇌혈관 질환과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하지만 흡연은 다른 신체 부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흡연이 허리 건강, 특히 척추 디스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흡연, 디스크 퇴행의 중요 원인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연골 조직인 추간판을 의미한다. 척추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스크는 젤리처럼 부드러운 물질로, 압력을 흡수하는 수핵과 그 수핵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둘러싸는 단단한 섬유조직인 섬유륜으로 구성된다. 디스크가 손상되면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밖으로 밀려나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증상이 바로 허리 디스크, 즉 추간판 탈출증이다. 이러한 상태는 종종 심한 요통이나 다리 저림을 동반하며 치료를 필요로 한다.
흡연은 디스크 퇴행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흡연 시 폐로 흡입된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척추 주변의 미세혈관 순환을 저해한다. 디스크는 혈관이 거의 없는 구조여서 인접한 모세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공급을 받는데 이 순환 체계가 손상되면 디스크 세포의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퇴행성 변화가 가속화한다. 니코틴의 경우 칼슘의 정상적인 대사 작용을 방해하고 골밀도를 떨어뜨려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척추에 미세한 골절이 생기면서 디스크 발생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디스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주요 경로인 척추 주변의 종판과 미세혈관의 손상은 디스크 내부로 물질 교환을 방해하고 석회화를 유발해 디스크 내부 환경을 악화시킨다. 디스크의 수분 함량이 줄고 높이가 낮아지면서 구조적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랜 흡연에 따른 만성적인 폐 염증은 잦은 기침으로 이어지고, 이는 복부 내 압력을 높여 디스크 손상이나 디스크 탈출의 원인이 된다. 노화와 외상, 잘못된 자세, 과도한 운동 또는 운동 부족 같은 요인까지 더해지면 이 같은 퇴행성 변화는 더욱 가속화한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정동문(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부장은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허리 디스크의 퇴행 위험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흡연은 디스크 퇴행을 앞당겨 요통이나 추간판 탈출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연’으로 허리 건강 지키기
정 진료부장에 따르면 장기간 흡연한 환자의 경우 디스크 탈출증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더딘 경우가 많다. 정 진료부장은 “흡연은 평소 생각지 못한 곳까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흡연이 척추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고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허리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금연 뿐만 아니라 일상 속 올바른 자세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허리를 곧게 편 채 등의 곡선을 의자 등받이에 맞춰 앉는 것이 좋다. 서 있을 때는 체중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양쪽 다리에 고르게 분산시키고, 수면 시에는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높이의 베개와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강도 높은 운동을 할 경우에는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척추 건강에 중요한 예방법이다. 적정 범위를 넘어선 체중은 몸을 지탱하는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 주변의 근육량이 줄어드는 대신 지방이 늘어나는 것도 척추를 약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척추와 주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정 진료부장은 “요통이나 척추에 불편감이 발생했다면 자가 진단보다는 의료기관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초기에 받는 것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