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 부산 이전 없이 금융중심지 말할 수 있나
대선 후보 '금융 허브' 조성 한목소리
간판 아닌 '실질 기능' 갖춘 거점 필요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6년이 지났다. 하지만 실질적인 금융 기능은 서울에 집중된 채 부산은 여전히 껍데기뿐이라는 냉소가 여전하다. 외국계 금융사는 물론, 국책금융기관 하나 없는 상황에서 금융중심지 간판만 걸려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을 외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법에 있어 후보들 간 입장은 크게 갈린다. 특히 부산 금융중심지 실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로 꼽히는 산은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은 선언만으로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산은을 포함한 국책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을 재차 약속하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까지 제시했다. 반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강제 이전에는 반대하며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계 금융사를 유치하겠다는 민간 유도 전략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산은 이전 자체를 반대하며 대신 ‘동남권산업투자공사’ 등 새 기관 설립을 통해 지역 금융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후보들이 저마다의 해법을 내놓았지만, 중심축 없는 금융중심지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남는다. 핵심은 부산 금융중심지를 ‘간판’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과 역량을 갖춘 금융 거점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대한민국 산업금융을 좌우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막대한 자금력과 금융 네트워크, 인적 역량을 갖춘 금융권의 중심축이다. 이 기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단순히 기관 하나가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자금, 인력, 기업, 연관 서비스가 함께 이동하는 금융 생태계가 형성된다. 그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유령 빌딩’이란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산은 같은 실질기관이 빠진 채 껍데기 역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금융중심지 육성의 촉매제이자 기반 조성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관 이전을 넘어 부산이 진정한 금융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실질적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의 해법 제시는 환영할 일이지만, 핵심 기관 없이 부산을 금융중심지라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 결국 금융중심지 육성의 성공 열쇠는 산은과 같은 정책금융의 중심기관 유치인데 이를 빼놓고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팥소 없는 찐빵’이다. 산은이 부산에 들어서야 자금 흐름과 투자 중심이 이동하고, 외국계 금융사와 민간 금융기관의 집적도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 있다. 물론 이전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그러나 정책금융의 분산과 수도권 쏠림 해소라는 국가 과제를 마주한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대선 후보들이 더는 이전 공방에 머무르지 말고, 산은 부산 이전을 금융중심지 실현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