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통영과 나폴리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모던보이 시인 백석(1912~1996)의 시 ‘통영2’의 일부분이다. 시인은 1936년 발표한 이 시를 통해 경남 통영시의 당시 먹거리와 볼거리, 아름다운 풍광을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은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는 소감을 담은 기행문을 남기기도 했다. 통영에는 다양한 스토리를 품은 관광 명소들이 즐비하다. 강구안이라고 불리는 통영항과 인근에 자리한 조선 시대 충청·전라·경상도 삼도 수군 본진인 삼도수군통제영, 통제영 동쪽 편에 자리한 벽화마을 동피랑, 서쪽의 서피랑 등은 통영 관광 1번지로 꼽힌다. 통영항 일원의 야경도 이색적이다. 이 밖에 세계 10개국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을 전시 중인 남망산조각공원, 1932년 아시아 최초로 지어진 해저터널, 한산도, 미륵산, 케이블카 등도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힌다. 욕지도, 비진도 등 섬과 해안선마다 제각각의 특색을 가진 해수욕장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특히 통영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예향이다. 국제음악제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당 등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통영은 한국 현대 연극계의 대부 동랑 유치진, 깃발의 시인 청마 유치환, 현대음악 거장 윤이상, 꽃의 시인 김춘수, 봉선화의 시인 초정 김상옥, 흙과 생명의 작가 박경리, 색채의 마술사 전혁림 등을 배출한 고장이기도 하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지역 출신 작가들의 생가, 기념관, 미술관, 문학관, 시비 등을 돌아보는 것도 통영 나들이의 큰 즐거움이다.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고도 불린다. 도시가 보유한 문화예술적 미학과 아름다운 항구 풍광이 이탈리아 나폴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예술 자산을 다수 보유,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통영시와 나폴리시가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동양의 나폴리와 진짜 나폴리가 사실상의 자매도시 관계를 맺은 것이다. 이번 협정을 계기로 통영이 명실상부한 국제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영과 나폴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