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차에서 BuTX까지: 도시가 움직이는 힘
김영부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장
기술의 진화는 불가피한 변화의 물결이며, 교통 혁신은 그 물결의 선두에 있다. 1894년 런던, 하루 5만 마리의 말이 도심을 달리며 쏟아내는 분뇨로 인해 ‘50년 안에 런던 거리가 말똥에 잠길 것’이라고 타임스는 예측했고, 사람들은 도시가 말의 배설물로 질식할 것이라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 위기는 예기치 않게 등장한 기술 혁신, 바로 ‘자동차의 보급’으로 해결되었다. 포드의 대량 생산 체제는 마차를 빠르게 대체했고, 런던과 뉴욕의 거리는 마차의 분뇨 대신 내연기관의 엔진 소리로 가득 찼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기술 발전의 수혜는 당대에는 오히려 저항과 오판을 불러왔다.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마차 업자들과 마부들이 자동차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우려해 의회에 자동차 규제를 요청했고, 결국 ‘적기조례(Red Flag Act)’라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 속도 제한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그 법은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걸어가야만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결과적으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더 나아가, 20세기 초에는 자동차 산업의 잠재력을 두고 많은 오판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903년 미국의 한 은행가였던 저명인사는 “전 세계 자동차 수요는 5000대를 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운전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한 일화가 있는데 이는 기술과 일자리에 대한 대표적 오류로 세상사에 종종 회자된다. 그로부터 불과 수십 년 만에 자동차는 수백만 대가 넘게 생산되며 전 세계 대중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는데 말이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단기적 관성에 갇힌 시선으로는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구조 변화를 동반한다. 교통의 혁신은 분뇨를 없앴을 뿐 아니라, 도시 구조와 시민의 삶의 질, 나아가 고용 구조마저 새롭게 재편했다. 마부가 사라졌지만 운전기사, 정비공, 도로 설계자, 주유소 운영자 등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났듯, 기술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부산도 교통 인프라의 변화와 함께 성장해 왔다. 개항기 이후 철도와 도로망 중심의 교통 체계는 도시 산업화의 초석이 되었고, 1985년 국내 최초의 지방 도시철도인 부산지하철 1호선 개통은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서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최근 부산시는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발표로 교통 인프라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수소기반 부산형 급행철도(BuTX) 도입 등 14개 노선(후보 4곳 포함)이 계획되어 있으며, 이는 도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시민 이동권을 대폭 향상시킬 것이다. 이 계획은 친환경성과 스마트 기술을 결합한 미래형 교통 도시를 지향한다.
이러한 전략은 세계 주요 도시의 교통 혁신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일찍이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과 MRT 중심의 통합 대중교통망을 통해 도시 혼잡도를 낮추고, 교통 데이터를 활용한 정책 수립으로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부산도 이와 같은 스마트 인프라를 바탕으로 교통에서 과학기술 기반 도시혁신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교통 인프라의 혁신은 시민의 삶뿐 아니라 일자리 구조도 바꾼다. 과거 마차 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의 전환이 그랬듯, 교통수단의 진화는 데이터 분석, 에너지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낸다. 마부는 사라졌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일자리와 산업이 탄생했다. 부산의 교통 혁신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산업 구조 개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시민의 삶의 질은 보다 편리하고 다양해질 것이며,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 혁신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다. 언제나 기술의 진보는 새로운 일자리를 낳고, 도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이제 부산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다시 한번 교통 혁신을 도약하려 한다. 그 출발점은 시민의 삶이며, 미래를 여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