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퐁피두센터 분관? 그래서?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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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이프부 선임기자

스페인 북부 빌바오는 과거 철강, 조선업으로 활기를 띤 도시였지만 1950년대 궁지에 몰렸다. 철강 생산량은 크게 줄고 조선업은 한국, 일본 등에 밀렸다.

빌바오 시청은 어떻게 도시를 되살릴지 고민했다. 답은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네르비온강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계획의 중심은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분관 유치였다.

빌바오 시청은 1991년 “빌바오에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을 짓는다면 건설비 1억 달러, 일시불 지원금 2000만 달러, 매년 미술관 운영비 12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구겐하임재단에 제안했다. 지금 화폐 가치로 따지면 1억 달러는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정도다.

구겐하임재단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구겐하임 빌바오는 1997년 문을 열었다. 이곳은 전시 작품 수준도 훌륭하지만, 미국 출신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으로 더 관심을 끌었다. 이전에 연간 2만 5000여 명에 불과하던 빌바오 관광객을 연간 100만 명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분관을 유치하기로 하고 2007년 박물관 측과 협약을 체결했다. 아부다비가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총 270억 달러(약 38조 8000억 원) 규모 대형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2047년까지 30년간 이름 사용료 총 4억 유로, 2027년까지 작품 임대료 1억 9000만 유로 등 8억 5500만 유로(약 1조 4000억 원)를 루브르박물관에 주는 게 협약 골자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0억 유로(약 1조 6300억 원)에 이른다. 아부다비가 전액 부담한 건설비 7억 달러(약 1조 원)는 별개였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바다 위의 섬처럼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2017년 말 문을 열었고, 매년 100만 이상 관광객을 유치했다. 건물도 아름다운 데다 막대한 투자로 사들인 많은 미술품,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임대한 작품 그리고 UAE 유물까지 전시 수준이 만만치 않은 덕분이다.

부산시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겐하임 빌바오와 루브르 아부다비의 유치 과정, 건설 및 엄청난 유지비 등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부산시는 엄청난 비용과 유지비를 어떻게 부담할 수 있을까. 해마다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을 유치할 킬러 콘텐츠는 무엇일까.

부산시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과정을 보면 이런 물음에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자칫 퐁피두센터 분관이 부산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골칫덩어리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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