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착’이 아니라 ‘애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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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주 동명대 언어치료청각재활학과 교수

발달이 느린 아이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들은 특정 물건을 항상 손에 쥐고 있거나, 특정 음악이나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등 특정한 대상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보통 이를 바라보며 '집착'이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리며, 걱정하며 바라보거나 없애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이것을 ‘집착’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애착’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특정 블록을 항상 손에 쥐고 있다면, 그 물건은 그 아이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도구일 수 있고, 특정한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면, 그것은 자기 표현의 방식일 수 있다. 나아가 아이가 관심을 갖는 물건은 발달과 학습을 촉진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아이의 관심사를 억제하려 하기보다,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고, 함께 즐기고 좋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자폐 아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누군가와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자폐 아동과 소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우선은 문제로 여기며 아이의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고, 아이가 관심 갖고 좋아하는 특정 물건이나 활동을 가치롭게 여기며, 그 활동으로 함께 하면, 아이는 자신이 소중히 여겨진다고 느끼게 되고, 관계에서의 편안함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관계의 경험은 자폐 아동이 세상과 소통하려는 동기,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실례로, 눈만 뜨면 숟가락을 찾고, 길을 가다가도 숟가락이 보이면 (더러운 건 개의치 않고) 주워 담고, 식당에 가면 수저통에 있는 숟가락은 모두 꺼내 일렬로 늘어놓는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은 아이가 숟가락에 보이는 관심을 줄여보고자 숟가락을 숨기거나,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싫어서 집 밖을 나설 때 아이가 손에 쥔 숟가락을 뺏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중 부모 교육(발달장애 자녀의 마음 읽기)을 통해 숟가락을 좋아하는 아이의 행동을 가치롭게 바라보기로 마음먹고, 마트에 가서 숟가락을 한가득 사서, 아이에게 선물했다. 더 이상 아이 손에 있는 숟가락을 빼앗거나 걱정스럽게 바라보지 않고, 숟가락을 탐구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숟가락 하나를 꺼내 엄마와 동생에게 건넸다. 아이가 주도하는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을 거부한 변기에 앉아 용변 보기를 시도하는 일까지 생겼다고 한다. 숟가락을 손에 꼭 쥔 채로.

물론 자녀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것에 관심 가질 때, 이를 가치롭게 여기고 기뻐하는 것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반응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와 발달에 대한 올바른 이해, 실제적인 적용을 돕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동일한 장애 범주라도 증상과 정도의 차이가 다양하므로, 우리 아이의 특성에 적합한 반응을 찾는 과정이 일회성 특강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여러 가지 정보들로 뒤섞인 혼란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다. 이 부모님이 "왜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까", “숟가락은 제발 그만 갖고 놀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떨치고, "우리 아이는 특별하게 세상을 경험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이해의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장애인복지관에서 마련한 10주간의 부모 교육 덕분이었다.

부모의 눈과 말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부모의 걱정 가득한 시선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방해가 되고, 우울과 불안감만 키우게 된다. 대신 부모가 자녀를 있는 그대로 기뻐하며, 아이의 관심사와 행동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면, 발달이 느린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보다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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