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대 중 2세대만 분양… 역대 최악 치닫는 부산 미분양
부산 '악성 미분양' 2438세대로
16년 만 최대치, 두 달새 또 경신
청약 경쟁률 0.2 대 1 수준으로
지방 중심 미분양 해소대책 시급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올 초 16년 만에 최대치를 찍은 이후 두 달 만에 이를 다시 경신했다.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7월 준공 승인이 났지만, 100여 세대 가운데 단 2세대만 분양이 됐을 정도로 미분양이 심각한 실정이다.
29일 부산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438세대로 전월 대비 177세대 증가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물량이 2268세대를 기록하며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2월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2261세대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두 달 만에 177세대나 늘어나며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1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174세대로 1년 만에 물량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은 심각하다. 집을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5117세대로 전월보다 5.9% 늘었다. 2013년 8월(2만 6453세대)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부산을 지역별로 보면 사상구(105세대)와 부산진구(55세대), 금정구(38세대) 등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이 늘었다. 수영구(-21세대)와 해운대구(-11세대)는 다소나마 미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부산의 전체 미분양 물량은 4489세대로 전월 대비 76세대 줄었으나 여전히 적잖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7월 5862세대로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이후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4000세대 중반으로 적신호가 켜져 있다.
올해 부산 지역 신축 아파트들의 청약 성적표는 처참한 지경이다. 올해 들어 경쟁률이 1 대 1을 넘긴 단지는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이달 초 1순위 분양한 신규 단지들은 0.2~0.3 대 1의 경쟁률로 분양 일정을 마감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분양 일정을 앞당겼던 일부 단지들도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이대로 분양하는 것이 맞느냐’며 고민에 빠졌다.
지역 건설업계는 지방을 대상으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미분양 주택 세제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주택협회는 ‘주택 부문 정책과제’를 발간해 지난 28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 대선캠프와 국회, 정부 등에 이를 공식 건의했다. 협회는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도심 주택 공급 강화를 위한 ‘주택정책처’ 설치, 정비사업 속도 제고, 민간 임대등록제 재도입, 선분양 제한 완화 등을 함께 요구했다.
부산시의회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부산에서 2년 이상 임대할 경우 사업 주체가 부담하는 원시 취득세의 25%를 추가로 감면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전용 면적 85㎡ 이하면서 취득 당시 가액 3억 원 이하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2년 이상 임대할 경우 사업 주체가 부담하는 원시 취득세의 25%를 추가 감면하자는 것이다. 다음 달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된다면 부산에서 원시 취득세는 종전 혜택을 포함해 최대 50% 경감될 수 있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일반 미분양과 달리 공사비가 100% 투입된 상태라 투자금과 대출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 훨씬 위험하다”며 “지역 건설업 사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서둘러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