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탄핵 두고 “배신자” vs “민주주의자 맞느냐”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토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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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홍준표, 책임론 제기하며 공세
한동훈·안철수, “계엄은 막아야” 역공
인신공격성 발언 난무할 정도로 격렬
韓 ‘5대 메가폴리스’공약 관련 논쟁도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채널A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홍준표·한동훈 후보가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위). 지난 24일 같은 장소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안철수·김문수 후보가 토론 전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채널A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홍준표·한동훈 후보가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위). 지난 24일 같은 장소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안철수·김문수 후보가 토론 전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2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가나다 순) 후보가 지난 24~26일 사흘 동안 치른 릴레이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책임론이었다. ‘반탄핵파’인 김문수, 홍준표 후보는 현 보수의 대위기 상황에 대해 한동훈, 안철수 후보 등 당내 ‘찬탄핵파’로 인해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폈고, 한·안 후보는 “계엄은 막지 말란 말이냐, 민주주의자 맞느냐”며 역공에 나섰다. 정책 공방은 김·홍 후보와 한 후보 간의 대결 구도가 두드러졌다.

탄핵 책임론 공방은 지난 24일 첫 맞수 토론 때부터 시작됐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주도권 토론에서 “법무부 장관도 시켜주고, 비상대책위원장도 시켜주고 했는데 대통령을 탄핵해 버렸다”면서 “배신자라는 시선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대통령이 계엄 하고, 탄핵 당하고, 파면되는 모든 과정에서 첫 번째 책임을 물으라면 한 후보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김건희 여사·명태균 의혹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잘못 나가는 길이 있을 때 아부하고 아첨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그걸 배신이라고 부르나”라며 “함께 나서지 않았던 많은 정치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한 분이 김 후보일 수도 있다”고 역공했다. 이어 “국민에게 충성하고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 계엄은 아버지가 와도 막아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일을 거론하며 “한 후보도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이라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이재명과 다를 게 뭐 있느냐”고 주장했다.심지어 김 후보는 “대통령과 이렇게 하는 걸 보니까 ‘저 사람은 사람이냐’(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갔고, 한 후보는 “실망스럽다. 민주주의자 맞느냐”라고 맞받았다.

다음 날 홍, 한 후보 맞수 토론에서도 같은 탄핵 공방이 재연됐다. 홍 후보는 “내가 당대표였으면 계엄도, 탄핵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 거는 당대표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냐”고 공격했다. 이에 한 후보는 “깐족댄다는 말을 계속 쓰는데 무슨 뜻이냐”며 불쾌해 하면서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면서 기분을 맞췄던 사람들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고 맞받았다. 이어 한 후보는 “시중에서 홍 후보를 ‘코박홍’이라고 부르는 것 알고 있느냐”며 “코를 박을 정도로 90도로 (대통령에게 인사하며) 아부했다는 말”이라고 반격했다. 홍 후보는 “그건 대통령에 대한 예의고 존경인데 그런 것도 모르고 깐족거리니까 얼마나 화가 났겠나”라고 응수했다.

각 후보의 약점에 대한 공세도 매서웠다. 김 후보는 부유한 집에서 엘리트 길을 밟아온 한 후보의 배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타워팰리스라든지 좋은 데서 잘 나가시는 분인데 똑같은 공직을 했더라도 저는 원래 집안이 다 없기 때문에 저나 아이들이나 다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했고, 반면 한 후보는 “7년 정도 (수감 생활) 하셨는데 그 이후에 수십 년 동안은 기득권 아니었나”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등을 들며 김 후보의 강성 보수 이미지를 부각했다. 김 후보는 “저는 자유통일당과 관계가 없다. 전 목사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도 소통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으나, 한 후보는 “올해 2월에 전 목사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라고 칭찬하시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의 당대표 시절 당원 게시판 논란을 재차 끄집어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의 가족이 ‘범인’인지 아닌지 대답을 해 보라”고 몰아세웠고, 한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아직도 성역이라고 생각하나. 익명 게시판에 비판하면 안 되나”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홍 후보를 향해 “여성 최고위원에게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 ‘주막집 주모’라고 한 적 있냐”고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지난 26일 마지막 4자 토론회에서는 한 후보의 비수도권 ‘5대 메가폴리스 조성’ 공약이 집중 난타 당했다. 김 후보는 “2년 만에 가능한 이야기인가”라며 한 후보가 ‘행정’에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 역시 “허황된 공약이다. 제대로 된 신도시를 만드는 데만 10년은 걸린다”라고 가세했다. 안 후보 역시 “(내 지역구의) 판교 테크노밸리만 제대로 자리 잡는데 10년이 걸렸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후보는 “5대 메가폴리스는 없는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존 도시를 집중 육성하고 규제를 풀어 서울과 경쟁하도록 해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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