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코 앞인데 점포 신청률 1%…10년 공든 자갈치아지매시장 ‘도루묵’ 될라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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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하루 전, 입점 의사 거의 없어
상인회 사용료, 시설 등 지적 보이콧
“요구 수용 안 하면, 노점 계속 운영”

노점 버틸 땐 도로 확장 공사 차질
부산시, 남는 점포 공개 입찰 방침
“10년 걸린 합의 무시 무리한 요구”

10년 간의 협의 끝에 올해 6월 말 문을 열 예정이었던 부산 중구 자갈치아지매시장이 노점상의 반발로 파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자갈치시장 모습. 부산일보DB 10년 간의 협의 끝에 올해 6월 말 문을 열 예정이었던 부산 중구 자갈치아지매시장이 노점상의 반발로 파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자갈치시장 모습. 부산일보DB

10여년 간의 협의 끝에 오는 6월 말 문을 열 예정이었던 부산 중구 자갈치아지매시장의 파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1일 입주 접수 마감인데, 상인들의 입주 거부로 10일까지 접수된 입점 신청이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갈치아지매시장은 개장 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10일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자갈치아지매시장 현장 점포 추첨에 참여하겠다고 접수된 신청서는 2개에 불과하다. 전체 입점 대상자는 215명으로 현재까지 신청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신청서를 내야 추첨에 참여해 자갈치아지매시장 내 점포를 배정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노점상이 노점을 철거한 뒤 자갈치아지매시장에 입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지난 7일 시작된 접수는 11일 오후 8시까지 자갈치아지매시장 2동 상담안내실에서 진행된다.

신청 마감 기한은 남았지만, 노점상 대부분이 가입한 상인회에서 ‘보이콧’ 의사를 밝혀 이후로도 추가 신청자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상인회는 관리비를 포함한 사용료가 비싸고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등 시설도 미비하다는 이유로 입점을 거부한 채 계속 반발하고 있다.

자갈치아지매시장 입점을 둘러싼 파행은 예견된 결과다. 지난달 열린 입점 추첨 설명회엔 상인 10여 명만 참석했다. 상인들은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개장을 추진하면, 더 이상 부산시의 사업에 협조하지 않고 현 위치에 남아 노점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자갈치아지매시장 유재인 상인회장은 “물 공급량이 적게 책정되고 수압도 약해 수족관에 물도 채우지 못할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설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시설에 누가 수십만 원의 사용료를 내고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2014년 시작된 자갈치아지매시장 건립 사업엔 총 23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난해 3층짜리 건물 2개동이 완공됐다. 2015년 부산시가 중구청으로부터 사업을 이어받아 상인들과 협의해 왔다.

만약 노점상들이 끝내 입점을 거부한 채 영업을 계속하는 등 버티기에 나서면 자갈치 일대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한 공사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구청은 오는 7월부터 내년 3월까지 36억 원을 들여 그동안 노점들이 불법으로 점유했던 자갈치시장 앞 도로 300m 구간의 폭을 기존 10m에서 20m로 넓힐 예정이다. 이후 일대를 노점 없는 거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중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부산시와 함께 상인들이 시설에 입점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라며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6월 말 이후로 노점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인들에게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마감일까지 점포 입점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점포 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남은 점포는 누구나 영업할 수 있도록 추후 공개 입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사용료는 주변 상권이나 기존 시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책정했고, 부족한 시설이 있다면 운영 이후 필요에 따라 추가하면 된다”며 “10년에 걸친 양보와 타협 끝에 얻은 합의를 무시하는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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