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의 다보석가탑, 부산이 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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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명예교수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이 살아갈 터전의 중심지에 하나의 구조물을 세웠다. 수직적 상승의 상징물인 탑은 때로 건물의 높이를 넘어선다. 탑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바벨탑, 상아탑, 에펠탑 등이라고 하겠는데, 이 중에서 현존하는 에펠탑은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탑이다. 대부분의 탑이 하늘과 신을 향한 솟아오름의 욕망을 반영한 것이지만, 불교의 탑인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안치하는 데서 비롯했다. 우리말 ‘탑’은 ‘스’가 떨어져나간 ‘투파’의 한국적 변형이며, 또 이는 영어의 ‘타워’와 동일한 어원을 가진 말이기도 하다. 우리 옛 탑의 심미적인 완성도는 정평이 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1975년에 신축, 개관할 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세월의 힘에 의해 변형될지 모를 다보석가탑의 복제품을 만들어 마당의 중심에 건립했다. 어느덧 반세기가 지난 일이다. 그런데 뭐가 문젠가?

나는 그 동안 사사롭게 국립경주박물관을 자주 드나들었다. 실내에 들어서기 전에 실외의 구석진 곳에 서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고선사 삼층석탑의 주위를 배회하곤 했다. 원효가 주지로 있던 유서 깊은 절의 이 탑이 덕동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되자 옛 절터에서 반세기 전인 1975년에 이미 옮겨졌고, 최근에 곧 박물관 마당의 중심으로 옮겨질 계획이란다. 국보인 이 탑의 가치는 진짜 다보석가탑에 버금간다. 반면에 박물관 마당 중심에 놓여 있는 복제 다보석가탑은 문화재(국가유산)가 아니다. 우리가 반세기에 걸쳐 고선사 삼층석탑을 너무 푸대접했나?

연쇄 이동은 보통 일이 아니다. 보도에 의하면 시간적으로도 5년 이상이 소요된다. 복제 다보석가탑이 옮겨질 자리를 먼저 정해야 한다. 옮겨질 이것도 복제니 복원이니 재현이니 하는 말에서 벗어나 제2의 다보석가탑이란 의미를 적극 부여해야 한다. 이제 반세기가 되었으니, 역사성도 갖췄다. 그러면 제2의 다보석가탑을 어디로 옮겨야 하나?

경주는 아니다. 중복은 피해야 한다. 둘 다 경주에 있다는 게 활용도가 낮아서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서울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유물과 유적이 차고 넘치는 서울에 제2의 다보석가탑을 세운다는 것은 생뚱맞다.

그 다음의 대안으로 생각되는 장소가 부산이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며, 외국인들도 많이 모이는 곳이다. 만약에 부산이 이것을 품는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인들이 이것을 바라보고, 감탄하면 감탄할수록, 매료되면 매료될수록, 우리의 문화적 국격은 높아만 갈 것이다.

구체적인 장소를 염두에 두자면, 이렇다. 제1안은 해변로와 구남로가 만나는 장소로 정하는 것이다. 제2안은 해운대역 옛 역사를 허문 자리에 공원을 조성한 후에 터를 잡는 것이다. 해운대는 진성여왕과 최치원의 인연이 전승되는 곳이기도 하다. 제3안은 앞으로 개관될 오페라하우스의 마당에 건립하는 것이다. 제1안은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점에서 유리하고, 제3안은 탑이 큰 건물 앞에서는 왜소하게 보일 수 있어서 불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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