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노년층 MBTI에 빠지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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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 검사 프로그램 도입
노년층 삶의 활력 증대에 활용
집단상담으로 대인관계 증진 효과
자녀의 부모 요양 선택에도 도움


부산시노인복지관이 지난해 마련한 실버 이미지메이킹 프로그램에서 최효련 강사가 MBTI 테스트를 활용해 참가자들의 유형별 특징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최효련 강사 제공 부산시노인복지관이 지난해 마련한 실버 이미지메이킹 프로그램에서 최효련 강사가 MBTI 테스트를 활용해 참가자들의 유형별 특징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최효련 강사 제공

MBTI는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에 개발된 자기보고형 성격유형검사다. 크게 4가지 기준에 의해 나눈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다시 분류한다. 젊은 세대에겐 서로의 MBTI 유형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이미 자연스럽다. 심지어 MBTI가 자신의 유형과 맞지 않으면 아예 교제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MBTI 궁합, MBTI 연애 테스트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MBTI 성격유형검사가 노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노년층 MBTI 문화는 2020년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 대열에 합류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청년 노인’으로 불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목할 점은 베이비부머 세대 이전 세대들도 MBTI를 접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고령 노년층이 MBTI를 활용하는 방식은 청년 세대 또는 ‘청년 노인’과 다소 차이가 난다. 청년 세대가 주로 연애 등 이성과의 교제에 MBTI를 활용하는 반면 고령 노년층은 주로 행복한 노년기를 위해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삶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상담이나 심리 치유 목적에 활용하는 사례가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청년 세대가 자발적으로 MBTI 문화를 즐기는 반면 노년층의 상당수는 노인복지관 프로그램 등 교육 과정 등을 거쳐 MBTI의 세계에 입문한다는 점도 다른 점으로 볼 수 있다.


■ 자기 이해 폭 확대… 부정적 감정 탈출

노년층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가 많다. 배우자 사망, 자녀들과의 절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외로움, 우울 등 부정적 감정에 노출될 우려도 높다. 부산시노인복지관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전국의 노인복지시설, 노인문화센터 등이 노인 정서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MBTI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노인들이 MBTI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이나 특성을 스스로 알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부정적 감정에서 한층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자신만의 재능과 적성, 하고 싶었던 일 등을 파악, 제2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통상 복지관 등은 전문가를 초빙해 노인 수강생들이 MBTI 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돕는다. 참가자들이 검사 결과를 공유하거나 토의를 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노인들의 성격이나 재능에 맞는 건강한 여가 생활 향유, 그에 맞는 일자리 발굴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집단상담 통해 고독한 노년 탈출

혼자 사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대화 상대가 없는 처지에 놓인 노인들도 많다.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중 혼자 사는 인구는 22.5%(213만 8000명)에 달한다. 독거노인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혼자 살다가 고독사하는 노인 수도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에 발생한 고독사 중 60세 이상은 1605명으로 전 연령대 3378명의 47.5%에 육박한다.

최근 이런 점을 감안해 MBTI를 활용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노인복지시설도 늘고 있다. MBTI가 노인들의 고독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MBTI 상담을 주제로 다수의 참가자들을 모집한 뒤 정기적으로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주선하는 방식이다. 특히 참가자를 동년배로 구성해 서로 비슷한 공감대를 토대로 동일 유형 및 반대 유형의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라도 손쉽게 자가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MBTI를 참가자의 대인 관계를 증진하는 매개체로 적극 활용 중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래 노인 집단과의 정기적인 만남이 치매나 인지능력 저하 예방과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MBTI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모습.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 제공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MBTI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모습.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 제공

■ 노인 부모 MBTI 알아야 ‘효자’?

노년층에 진입한 부모의 MBTI를 아는 자녀가 얼마나 될까? 의외로 자녀들은 부모의 성격, 특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MBTI를 추정해보라는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자녀도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MBTI가 정확한 성격 검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부모의 MBTI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년층으로 진입한 부모의 성격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령화와 각종 질병 등으로 간병이나 요양 보호가 필요한 상황에 처한 노령층을 제대로 보살피려면 부모의 성격을 최대한 고려한 조치와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MBTI는 정확한 검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손쉽게 부모의 기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고령층이 스스로 MBTI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자녀 등이 검사 문항을 부모와 함께 읽거나 읽어준 뒤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부모의 MBTI를 비교적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MBTI 검사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외향형, 대인 관계에 소극적인 내향형,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형,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형, 개방적이고 즉흥적인 인식형, 정리정돈을 잘하는 판단형 등 개략적인 성격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검사 결과를 참작해 노쇠해져 가는 부모를 배려한 대화법이나 간병 또는 요양 방식 등을 정한다면 노령 부모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말투에 민감한 감정형 부모에게는 부정적인 단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고, 사고형 부모에게는 자세한 설명을 통해 사안을 납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간병 등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외향형이나 내향형 성격을 감안해 요양 보호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내향형인 경우 다수가 이용하는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키는 대신 집에서 홈케어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김용식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MBTI를 잘 활용한다면 노인들의 정서 지원이나 교류 네트워크 확대는 물론 노년층 부모의 성격 특성을 자녀들이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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