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베토벤의 '카바티나', 우주로 날아간 소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음악평론가

보이저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위키미디어 보이저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위키미디어

흔히들 현악 4중주를 ‘실내악의 꽃’이라 한다.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최소공배수를 구현하고자 하는 작곡가들의 정신이 현악 4중주에 녹아들어 있다. 바로크 시대 트리오소나타에서 통주저음부가 독립하여 하나의 성부를 이루게 되면서 4개의 성부를 지닌 현악 4중주로 발전했다. 보통은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 구성으로 연주하는데, 이런 현악 4중주 형태는 스카를라티, 타르티니 등에서 시작되어 하이든에 와서 정착되었다. 이후 모차르트는 27개 현악 4중주를 작곡했고, 베토벤은 16개 현악 4중주로 이 분야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일찍이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랑은 베토벤 현악 4중주를 “베토벤 음악 미궁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라 했다. 교향곡 9번까지 끝낸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인생의 마지막 시점인 1825년과 1826년에 기력을 다해 써 내려간 분야가 현악 4중주였다. 이 시기에 작곡된 12번부터 16번까지의 다섯 곡을 후기 현악 4중주라고 한다.

베토벤-현악4중주13번(5악장). 베토벤-현악4중주13번(5악장).

그중에서 현악 4중주 13번은 1825년 11월 작곡하여 이듬해 3월 21일 빈에서 슈판치히 4중주단의 연주로 초연했다. 초연 후 2년이 지난 1827년 갈리친 후작에게 헌정하면서 출판했다. 원래 6개 악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마지막 6악장이 ‘대푸가’라는 어마어마하게 격렬하고 현대적인 곡이었다. 출판사가 이대로는 출판할 수 없다고 설득하여 다른 곡으로 6악장을 대체하고 ‘대푸가’는 Op.133으로 독립시켰다. (그러나 요즘은 베토벤의 정신을 존중하여 6악장에 ‘대푸가’를 배치하여 연주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는 현악 4중주 13번의 심장은 5악장 ‘카바티나’(Cavatina)에 있다고 생각한다. 베토벤이 부른 ‘백조의 노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적한 아름다움이 빛난다. 알반베르크 4중주단, 이탈리아노 4중주단, 린지 4중주단, 에머슨 4중주단 등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명반이 있지만, 오늘은 부다페스트 4중주단의 고색창연한 연주를 다시 들어본다.

지금으로부터 48년 전인 1977년에 미국이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를 발사했는데, 그 속에 ‘골든 레코드’라는 걸 실어놓았다. 레코드 속에는 혹시나 만날지 모르는 생명체에게 지구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각 나라의 인사말과 함께 24곡의 음악을 새겨넣었다. 그중에 한 곡이 바로 부다페스트 4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 ‘카바티나’였다.

보이저호는 ‘인류가 만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이자 가장 먼 곳에서 통신을 계속해오고 있는 항해자이다. 아직도 우주의 어느 곳을 떠돌고 있을 이 물체에 실린 ‘카바티나’를 듣고 답할 수 있는 미지의 통신원이 있을까?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