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공모… 난항 겪는 BIFF 집행위원장 찾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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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3차례 공모서 적임자 없어
부산국제영화제 수장 공백 2년
임추위·사무국 간 인재상 이견
10일 면접 4차 공모도 낙관 못 해
위원장 없는 영화제 30주년 우려
직무대행도 사의, 올 행사 빨간불

2023년 허문영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 사퇴 이후 세 차례에 걸친 공모에도 집행위원장 선출이 무산되자 BIFF 안팎에서는 수장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열린 제29회 BIFF 결산 기자회견. 부산일보DB 2023년 허문영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 사퇴 이후 세 차례에 걸친 공모에도 집행위원장 선출이 무산되자 BIFF 안팎에서는 수장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열린 제29회 BIFF 결산 기자회견. 부산일보DB

올해 30주년을 앞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잇따른 집행위원장 선출 실패로 2년째 수장 공백 사태에 처했다. BIFF는 재공모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집행위원장을 뽑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와 BIFF 사무국 사이의 이견이 있어 적격자 찾기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BIFF에 따르면 BIFF는 지난 3일 집행위원장 재공모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오는 10일 1차 합격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는 2023년 5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사임 이후 4번째 진행되는 공모다.

앞서 BIFF는 세 차례 집행위원장 공모를 진행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해 집행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과 3월에 진행된 공모에서 집행위원장을 뽑지 못하자 BIFF는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을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고 집행위원장 없이 영화제를 치렀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진행된 공모에서조차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서 집행위원장 자리는 2년째 공석이다.

최근 진행된 공모에서는 6명의 지원자가 참여해 2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박광수 BIFF 이사장이 이들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선출이 무산됐다. 박 이사장은 “BIFF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총괄하며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데 지원자 한 명은 리더를 맡아본 경험이 없어 검증이 불가능했고, 또 다른 지원자는 영화제에 몸담은 적은 있지만 BIFF처럼 큰 규모의 영화제를 이끌 만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워 선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30회 행사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집행위원장 심사를 담당하는 BIFF 임추위와 사무국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4차 공모에서도 적격자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임추위와 영화제를 운영하는 BIFF 사무국은 그동안 집행위원장 ‘인재상’에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 공모에서 BIFF 측이 원하는 인물이 지원했지만, 임추위가 내세운 조건 등에 맞지 않아 최종 후보로 뽑히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임추위가 원하는 인물과 BIFF가 원하는 인물의 기준이 맞지 않는다면 한동안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집행위원장을 뽑는 과정에서 부산에 거주해야 한다거나 임기 4년 내내 상근직으로 활동해야 하는 등 제약 조건이 많은 반면, 연봉이나 처우는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좋은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공모에 참여하는 지원자가 많지 않다. 해외 영화제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사 중 그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거주하는 인물이 없듯이 손봐야 할 부분은 고치고 선출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 BIFF를 책임졌던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사의를 밝히면서 지도부 공백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박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최근 BIFF 측에 사의를 표명하고 7일까지만 근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잇따른 집행위원장 공모 실패에 부집행위원장까지 공석이 되면서 오는 9월로 예정된 30회 BIFF에 빨간불이 켜졌다.

BIFF는 최근 개정한 정관을 바탕으로 집행위원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정된 정관에서는 재공모 이후에도 적임자가 없으면 이사장과 임추위가 협의해 집행위원장 후보자를 총회에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박 이사장은 “이사장과 임추위가 협의하는 조항은 최후를 위해 남겨둔 것으로, 아직 거기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9월로 행사가 앞당겨진 만큼, 최대한 빠르게 적격자를 찾아 선출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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