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그래도 희망은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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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경제부 차장

돌이켜보면, 경제부 기업 담당을 맡은 이래 좋은 소식을 쓴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지난 한 해동안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현안 가운데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통과될 것 같았던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은 햇수로 두 해를 넘겼다. 2023년 엑스포 부산 유치가 실패로 끝나면서 상심한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마련됐지만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 입장을 고려해 차 떼고 포 뗀 특별법을 재차 마련했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관심이 없다. 이미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어떠한가. 산업은행법에서 ‘부산’ 단 두 자를 넣지 못해 2년 가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다. 국회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충실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2020년 한국 항공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추진 이래 에어부산의 운명은 가시밭길이었다. 이들 자회사의 통합LCC 본사를 지역에 두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휴지 조각이 됐다. 지역과 함께 성장한 지역 거점 항공사를 지키기 위해 시민 사회가 분리매각을 외쳤건만 돌아온 것은 외면이었다.

이에 지역 경제는 더욱 얼어붙었다. 수년째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가 이어진 데다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에 따른 윤석열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 와중에 트럼프 2기가 출범하고 관세 전쟁이 확전되면서 위기는 더욱 커졌다. 기사를 준비할 때마다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지역 경제, 나아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들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웅숭깊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역 경제를 이끄는 향토 기업들이 대내외 리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표 기업 HJ중공업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J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3억 원으로, 전년도 1088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도 1143억 원 적자에서 87억 원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올해도 최첨단 LNG 벙커링선 수주를 알리며 순항을 예고한다. MRO(유지·보수·운영) 사업 역량을 토대로 미국 진출도 꾀하면서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대규모 무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 SNT모티브는 지난달 21~2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총기·사냥·아웃도어 박람회 ‘SHOT Show 2025’에서 미국 총기시장 진출을 예고해 현지의 큰 관심을 모았다. SNT모티브는 지난해 미국 현지 법인 ‘SNT디펜스’를 설립, 미국 네바다주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 영업을 준비 중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완성차 업체 르노코리아는 국내 업계 최초로 단일 생산 라인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동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완비하고 이번주 본격적인 차량 생산에 들어간다. 부산에코클러스터 설립 등 미래차 전환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면서 지역 경제계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전한다.

선보공업, 화승, 동원개발, 동일, 태웅 등 부산형 착한 결제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지역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는 향토 기업들도 줄을 잇는다. 부산 기업의 구심점인 부산상의는 정치계, 시민사회와 함께 산업은행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회 청원에 돌입했다. 이들의 노력이 올해는 새로운 결실로 이어졌으면 한다. 시민들에게 경제 낭보를 전할 날, 간절히 바라본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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