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어둠 속 교훈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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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 위키미디어 제공 그레고리오 알레그리. 위키미디어 제공

그레고리오 알레그리(Gregorio Allegri, 1582~1652)는 지금부터 443년 전인 1582년 오늘(2월 7일), 로마에서 태어난 테너 가수이자 작곡가였다. 조반니 나니노의 제자이며 교황 우르바노 8세 시절에 교황청 성가대 가수이자 작곡가로 활동했다. 다수의 미사곡과 모테트, 기악곡을 작곡했지만, 그가 남긴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성경의 시편 51편을 가사로 쓴 ‘미제레레’(Miserere Mei, Deus)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왕 다윗이 부하 장군의 아내 밧세바를 탐냈다. 결국 다윗은 충직한 부하를 죽게 한 후, 밧세바와 결혼한다. 이를 알아차린 선지자 나탄이 와서 맹렬히 꾸짖자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으며 “하느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참회하는 내용이다.

곡 전체가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아카펠라로 반복되는데, 5성부의 합창과 4명의 솔로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노래를 이어간다. 입체적인 음의 연속이 알 수 없는 신비 속으로 인도한다. 특히 제1 소프라노가 높은 C 음을 낼 때는 몸에 전율이 일 정도다.

‘미제레레’는 해마다 성주간에, 시스티나성당에서 연주되었다. 곡이 너무나 아름다워 단 세 부의 필사본만 간직했고, 악보를 더 필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미제레레’를 들으려면 누구나 로마에 있는 시스티나성당에 가야만 했다. 1770년 당시 14세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시스티나성당을 찾았다. 그 당돌한 천재는 이 곡을 딱 두 번 듣고서 완벽하게 암보해 악보에 옮겨 적었다고 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교황 클레멘트 14세는 천재 소년 모차르트를 벌하지 않고 오히려 ‘황금박차 훈장’을 수여했다는 훈훈한 뒷얘기까지 남아 있다.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사실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어쨌거나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던 곡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필사 금지라는 봉인을 해제하고 공식적으로 출판한 것은 작곡된 지 133년이나 지난 1771년에서야 가능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이 곡은 아카펠라 교회 합창곡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가톨릭교회에선 성주간에 바치는 저녁 기도 예식이 있는데, 이를 ‘테네브르’(어둠)라고 부른다. 성당의 초를 하나씩 천천히 끄면서 기도를 바치는 예식이다. 점점 사위어가는 어둠 속에서 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광경을 떠올리며 ‘미제레레’를 들어 보자. 날은 춥고 밤은 길고 세상은 혼미하다. 이럴 때 400년이 넘은 신비 속으로 들어가서 지혜를 구해 보자. 사람은 때로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른다. 지나간 과오를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진정으로 참회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참회가 없으면 용서받지 못한다.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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