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2025년 해운·조선산업의 기회와 도전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선장
개인이나 조직은 목표를 세워 앞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5년은 불확실성 속에서 시작됐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각국은 자국 내 혹은 자국 근처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로 인해 국제무역은 줄어들었다. 각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선박을 통한 운송 수요도 감소하고 이는 결국 선박 건조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업은 상황이 다르다. 상품의 수요와 공급 외적 요소들이 우리를 도와준다. 조선업은 LNG 혹은 메탄올 추진선 건조와 같은 탈탄소화 관련 신조선 수요가 발생하면서 3년 치 건조량을 확보했다. 또한 자율운항선박이라는 미래의 새로운 분야도 있어 조선업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이 해양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지난해 추진키로 하면서 우리 조선소는 미국 군함의 수리보수와 건조를 맡을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는 미국 내 조선소를 부활시키고 미국 소유 상선대를 보강하는 법안(조선해운 인프라법)을 제출했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전략상선대를 250척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탈탄소화 관련 신조선 수요 발생
미국 해양력 강화에 기회 확장
선박 공급 과잉… 운임 급락 전망
선원 육성 등 국가적 지원 필요
전략상선대는 평시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되다가 전시에는 물자 수송에 동원되는 선박을 말한다. 미국 선주들이 이 선박들을 전략상선대에 편입하려면,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선원이 승선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 조선소는 상선 건조 능력이 부족해 외국에서 건조한 선박도 임시 선박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조선소에 기회다. 특히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은 제외되기에 실질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만이 경쟁을 하게 된다. 100여 척의 건조 수요가 기다리고 있는데, 척당 건조가를 2000억으로 보면 총 20조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올해부터 수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다양한 선종과 크기의 선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대형 및 중형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는 수에즈운하가 막혀 선박들이 남아프리카로 우회해야 했고, 이로 인해 선박 수요가 약 15% 증가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해 운임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성사되면서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회하던 선박들이 다시 수에즈운하를 이용하게 돼 유럽으로 가는 항해 거리가 단축되고, 상품 수요에 비해 선박 공급이 많아져 운임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정기선사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며, 경쟁력이 없는 회사들은 도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화주와의 장기계약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화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자를 견딜 수 있는 재력도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 외항 해운선사들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코로나19와 홍해 사태를 겪으면서 운임이 상승하고 수익이 증가했다. 해운사들은 한 척당 70~90%까지 대출을 받아 선박을 건조해왔고, 벌어들인 현금으로 부채를 많이 갚아 재무구조가 튼튼해졌다. 특히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비축된 유보금으로 불경기를 견딜 수 있는 상태여서 안심이 된다. 게다가 미국의 전략상선대는 임시선박을 허용하기 때문에 우리 선주들이 미국의 선주들에게 선박을 빌려주거나 매각할 수 있다. 250척 중 상당 부분이 이런 형태일 것이다. 중국 회사가 소유하거나 운항한 선박은 제외되므로 우리 선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선박 운항에는 선원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선원직 기피 현상으로 선원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해기사를 국가에서 양성하는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다. 미국은 전략상선대를 갖추기 위해 선원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이번 법률 개정의 3분의 1은 선박에서 근무할 해기사를 양성하는 내용일 정도로 인력 양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늦은 감은 있지만, 미국은 연방상선대학(한국해양대 해사대학에 해당)과 4곳 주립해양대의 학생수를 늘리고 7년 이상 미국 선박에 근무하는 선원에게는 연방정부에 경쟁 없이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이를 위해 독자적인 예산도 마련했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는 통합을 추진해 ‘글로컬 30’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조치가 이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2025년, 조선과 해운은 긍정적 요소를 가지고 출발한다. 조선과 해운 강국이었던 미국이 현재의 열악한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입법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운과 조선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선박 건조 능력, 해운회사 및 선원의 육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