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멧돼지 출몰 급증… 사냥개 금지 탓 포획 어려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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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기 끝난 1월 출몰 잦아져
돼지열병 때문에 사냥개 못 써
포수들 “포획 급감해 개체 증가”
성묘 때 음식 뿌리기 자제해야

지난 12일 부산도시철도 구서역과 두실역 사이 선로에 출현한 멧돼지. 부산교통공사 제공 지난 12일 부산도시철도 구서역과 두실역 사이 선로에 출현한 멧돼지. 부산교통공사 제공

통상 10~12월이었던 멧돼지 출몰 시기가 1월을 포함한 한겨울까지 길어지고 있다. 올해는 부산에서 멧돼지 출몰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부산의 멧돼지 포획 건수는 16건이었다. 앞서 2021년 부산 멧돼지 포획 건수는 7건이었다. 3년 만에 1월의 포획 건수가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잇다. 지난 12일 밤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과 두실역 사이 선로에서 멧돼지가 출몰하는 일도 있었다. 해당 멧돼지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멧돼지를 포획하는 포수들은 사냥개 활용이 제한받으며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이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최인봉 단장은 한겨울 멧돼지 출몰에 대해 “번식기가 끝나고 암컷 무리에서 이탈한 수컷 멧돼지가 최근 도심에 출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10~12월 번식기가 끝나면 암컷 멧돼지는 출산을 위해 이동을 멈추고 둥지에 머무는데, 무리에서 이탈한 수컷 멧돼지가 먹이 사냥을 위해 도심으로 내려노는 것으로 보인다.

최 단장은 “올해 부산에 멧돼지 출몰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하지 못하면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멧돼지 출몰 횟수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빈번한 멧돼지 출몰 이유로는 환경부의 '사냥개 사용 금지' 지침이 꼽힌다. 환경부는 2023년 12월 부산 지역 포획단에 사냥개 사용 금지 지침을 내렸다. 당시 부산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검출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는 조처였다. 해당 지침을 어기는 포수는 포획허가증이 취소될 수 있다.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 관계자는 “이날 기준 부산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으로 설정돼 있다”며 “다만 지난해 4월 이후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올해 중 사냥개 제한 지침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사냥개 제한이 멧돼지 포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 있는 포수들 의견은 다르다. 사냥개 사용이 금지되면서 멧돼지 추적부터 어려워져 포획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사냥개 활용이 불가능해진 지난해 멧돼지 포획 건수 자체가 감소했다. 2023년 120건에 달했던 멧돼지 포획 건수는 지난해 77건으로 35%가량 감소했다. 사냥개가 없어 멧돼지 사냥이 어렵다는 포수들의 말이 통계로도 확인되는 것이다.

최 단장은 “포수 혼자서 멧돼지가 어디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아느냐”며 “사냥개 없이는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설 연휴 성묘객들도 멧돼지에 대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당국은 멧돼지를 마주쳤을 때 최대한 침착하게 뒷걸음질로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멧돼지는 시력이 안 좋아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덤 주위에 음식을 뿌리는 이른바 ‘고수레’ 같은 행위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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