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바다의 도시, 부산의 바닷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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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

예전 가족과 함께 살았던 호주 시드니의 추억은 언제나 ‘수상버스’와 함께 떠오른다. 시드니 중심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선착장 달링하버는 200년 역사의 항구를 재개발한 곳인데, 여기서 수상버스 페리를 타고 10여 분 달리면 하버 브리지를 지나 밀슨스 포인트 터미널에 닿는다. 박태환 선수가 훈련하던 노스올림픽수영장과 테마파크인 루나 파크가 있는 그곳은 오페라하우스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은 신만이 만들 수 있는 오묘함 그 자체였다.

‘오팔’ 교통카드 하나로 교통체증 없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항구의 풍경에 빠져들곤 했다. 시드니는 남북을 잇는 교량과 터널이 부족해 출퇴근 때마다 인근 고속도로와 일반도로 모두 심한 정체를 겪는다. 반면 수상버스는 시간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고 좌석도 넉넉하다. 시드니 시민에겐 수상버스가 완벽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유명 항만도시마다 수상버스 보유

부산, 예전 논의 불구 규제에 막혀

천혜의 조건 못 살린 현실 안타까워

수상버스를 타면서 한껏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골목을 걸으면서 단골 식당을 찾아가고, 테라스에 앉아서 음식과 함께 ‘바다와 햇살을 먹던’ 그 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밀슨스 포인트 터미널 인근은 다양한 레스토랑이 밀집해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이다. 저녁 페리에 어떤 이는 관광객으로, 어떤 이는 퇴근하는 시민으로 한데 섞여 있다. 수상버스가 관광과 출퇴근의 좋은 교통수단이다. 또 도시 매력을 키우고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드니에서 수상버스를 탈 때마다 이렇게 매력적인 대중교통 수단이 왜 해양도시 부산에는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마침, 서울시가 한강에 ‘수상버스(River Bus)’를 띄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승객이 실신할 정도로 혼잡한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여겨진다. 행주대교 남단부터 잠실까지 약 30㎞ 구간에 급행과 완행 등 다양한 수상버스 노선을 짜고 있다고 한다. 시드니와 일본 도쿄, 미국 보스턴 등 해외의 수상버스와 페리를 벤치마킹해 국내에 적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해양수도 부산에서도 2019년 해상택시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지방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부산시가 도선 운항 규제 개선을 건의했는데, 정부가 화답한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2해리(약 3.7㎞)로 제한된 만 해역의 도선사업 영업 가능 범위 규제를 풀도록 입법 예고하면서 부산에도 해상택시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당시 부산시 안에 따르면 기존 선착장인 암남항·남항·북항·영도·동백섬 등 8곳을 중심으로 48개의 코스가 계획됐다. 만약 곧바로 수상버스를 추진했다면 부산의 교통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고, 나아가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온갖 규제에 묶여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부산에서 수상버스의 도입과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과 행정의 협조가 절실하다.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해양경찰 등 관련 기관 간 조속한 행정 처리와 도선법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시와 정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풀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개발되는 노선은 관광객과 시민이 원하고, 수익도 낼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해운대 미포~동백섬~수영강~광안리~용호만 일대 등 관광객이 몰리는 곳과 시티투어버스나 대중버스 노선을 연계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또 수상버스를 시내버스 공영제처럼 대중교통 체계에 포함하고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노선이 지나는 자치구 간 협력도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사업 진행과 수익의 지역 환원을 위해서는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부산시 등 공공 부문과 지역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수상버스가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도 민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필수적이다. 민간과 공공의 협업을 통해 지역 자본을 축적하고, 지속 가능한 ‘로컬리즘’을 창출하는 것이 성공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매력적인 도시는 ‘가장 로컬다운 곳’이다. 로컬다운 공간은 로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있는 이들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부산만의 정체성을 고민하면, 수상버스야말로 부산의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해운대~수영강~민락항~남천항~용호부두~오륙도~북항~한국해양대~몰운대~가덕도신공항을 연결하는 바닷길은 부산의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고, 많은 사람을 부산으로 오게 하는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그런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부산에도 조만간 등장하길 바란다. 언젠가 이기대와 오륙도 풍광을 감상하면서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요트, 윈드서핑과 함께 출퇴근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대한다. 그 시간은 바다의 도시 부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것이다. 수상버스는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관광상품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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